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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GO 현장]메가프로젝트가 던진 질문

이재명 대통령은 종종 박정희에 관해 말했다. 후보 시절 박정희의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켜세우며 ‘성장의 회복’과 ‘경제 부흥’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대구 사람들은 ‘이 대통령을 박정희로 생각’한다고 한다.

[NGO 현장]메가프로젝트가 던진 질문

이재명 대통령은 종종 박정희에 관해 말했다. 후보 시절 박정희의 국가 주도 산업화를 추켜세우며 ‘성장의 회복’과 ‘경제 부흥’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대구 사람들은 ‘이 대통령을 박정희로 생각’한다고 한다. 마침 이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방문해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긍정하고 “여전히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한 달 뒤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국가 전 구성원이 단결하는 총력지원 체계를 구축”해 성공시킬 것이라고 했다.

메가프로젝트는 잘살아보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응답이다. 새마을운동도 그랬다. 그것은 위로부터의 대중 동원에 그치지 않는다. 대중 스스로가 동의·참여하는 ‘자발적 동원’의 성격을 지녔다. 운동 이념과 정신을 육화해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다. 대중의 동의를 창출해내기 위해 ‘국민영웅’도 기획된다. 우연히도 이번 메가프로젝트 발표 현장에서 두 명의 재벌총수가 국민영웅이 됐다. 박정희와 싸우던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박정희 키즈’였을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박정희를 갈망했을지도 모른다.

예상대로 비판이 쏟아졌다. 낡은 발전주의의 귀환, 자본의 이해 대변, 지나친 인공지능(AI) 낙관론, 기후 한계와 생태적 역량 무시, 자연 착취,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민주적 공론 부재, 불평등 심화 등이 그것이다. 비판은 모두 타당하다. 하지만 곤란함은 다른 데 있다. 메가프로젝트가 정당한 ‘풍요의 약속’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박정희를 좇는다는 건 문제 핵심이 아닐 것이다. 비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옳고 그름을 따져 묻는 것과 동시에 ‘풍요의 약속’을 둘러싼 논쟁이 더해져야 한다.

메가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질문을 강제한다. 성장 없는 풍요는 가능한가? 풍요는 분배로 도달할 수 있는가? 격변의 시대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AI 선순환과 AI 생산혁명은 가능한가? 진보정치는 국가의 장기적 하락 추세를 역전시킬 또 다른 전망이 있는가? 굳이 이름 붙이자면 ‘평등-풍요 프로젝트’ 같은 거 말이다. 대중의 불안과 욕망을 계몽의 언어가 아닌 새로운 약속의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답이 없다면 성장의 부수적 피해를 ‘불가피한 대가’로 수용하는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모두가 서울대에 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나는 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불평등의 질서를 내면화하는 이들을 타박할 수 없다. 낙관적 수사 뒤 기만을 폭로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TINA’(There Is No Alternative)가 만연한 세계에선 ‘알지만 어쩔 수 없’는 ‘도착적 부인’의 태도만 강해질 뿐이다. 따라서 진보정치는 평등의 질서에 속한 대안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시민을 탈환하려면 비판하기를 넘어서야 한다.

정치는 약속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메가프로젝트는 분명 대중의 욕망을 자본의 이해에 맞춰 우경화한 방식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것이 약속한 미래는 불확실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AI 버블에 기댄 주식시장은 과거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 ‘기술 봉건주의’ 논의를 참조한다면 테크자본은 우릴 데이터 농노로 만들 것이다. 기술진보는 필연적으로 노동절약적이다. 노동시장은 파편화할 것이고 탈숙련화와 실업이 뒤따를 것이다. 노동의 힘은 약화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AI 생산혁명에 따른 ‘성장하는 미래’를 우리에게 약속했다. 반대로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진보정치는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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