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서울사무소 LS용산타워. /사진=LS
일상에서 흔했던 전기가 최근 산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도시 하나 분량의 전력을 삼키고, 전기차가 도시를 점령하고, 풍력발전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모든 흐름의 밑바닥에는 전기를 만들고, 옮기고, 저장하는 인프라가 있다. LS그룹은 그 인프라의 설계자로 떠오르고 있다. 구리 원자재에서 전선, 초고압 케이블, 해저케이블, 희토류 금속, 영구자석, 모터 부품까지 수직계열화된 밸류체인을 한 그룹 안에 구축했다. 비즈니스플러스는 3회에 걸쳐 LS그룹의 전기화 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한국 산업 패권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력 인프라와 모빌리티 소재라는 두꺼운 축이 조용히 무게를 얻고 있다. LS그룹이 그 변화의 수혜자로 부상하고 있다.
LS에코에너지와 LS에코첨단소재는 지난 9일 구동모터 핵심부품 분야에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로봇, 방산,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 확산에 대비해 공동 개발과 공급 체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열사 간 유기적 협업이 가능한 것은 LS그룹의 수직계열화된 생태계 덕분이다. LS MnM이 구리 원자재를 생산하면,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가 이를 전선으로 가공한다. 전력 장비와 ESS를 공급하는 LS일렉트릭, 희토류 금속을 거쳐 영구자석을 만드는 LS에코에너지와 LS에코첨단소재, 해저케이블 시공을 담당하는 LS마린솔루션까지. 원자재에서 최종 인프라까지 한 그룹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다.
그 생태계의 최전선에 LS에코첨단소재가 있다. 전기차와 도심항공교통(UAM),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모터 권선을 현대차,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모터 권선은 전기 모터의 핵심 부품으로, 전동화가 가속화될수록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LS에코에너지가 공급하는 희토류 금속을 원료로 LS에코첨단소재가 영구자석을 생산하고, 그 자석이 다시 모터 부품으로 완성차 라인에 들어가는 구조다.
UAM은 전기 모터와 고출력 영구자석, 경량 소재, 초고밀도 배터리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LS그룹은 이 네 가지 요소 중 세 가지에 직접적인 포지션을 이미 갖추고 있다. 글로벌 UAM 시장이 2030년대 본격 개화할 경우 LS 계열사들의 복합 수혜는 단순 합산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 데이터센터 시장은 또 다른 성장 동력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30년까지 약 8000억달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상되는 차세대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전력화에 따라 역내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50%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대 중반까지 최대 5배 확대돼 전력 시스템 수요가 크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심에 베트남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데이터센터 전면 소유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낮은 초기 투자비용, 풍부한 IT 인력,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이 낮은 환경이 맞물리며 베트남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시장은 연 19% 성장해 2032년 14억300만달러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LS에코에너지는 호치민 소재 생산법인 LSCV(LS Cable Vietnam)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필요한 광케이블, UTP 케이블, 지중 케이블, 부스덕트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IDC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는 미국 태양광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에 약 363억원 규모의 35kV급 알루미늄 전력 케이블을 공급하며 북미에 첫발을 내디뎠다. LS에코에너지는 UL 인증 획득을 통해 미국 전력 케이블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탈중국 기조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기반 로컬 자재 우대 정책은 베트남 생산거점을 보유한 LS그룹에 구조적 수혜로 작용한다. 계열사 LS그린링크는 미국 사업을 이미 확정했다.
강점과 기회 요인은 선명하다. 베트남 초고압 케이블 80% 점유율, 글로벌 해저케이블 4강 진입(LS전선), 30년 누적 현지 제조 역량, 구리-전선-인프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한 축이다. 베트남 의존도 집중과 해저케이블 신사업의 초기 투자 부담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영국 북동부 타인(Tyne)항 부지 우선협상권 확보와 베트남 PTSC와의 공동개발협약(JDA) 체결로 지리적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LS그룹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재계 순위 상승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LS에 대해 "구리 제련-전선-전력기기 등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들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라며 "전력망 투자 사이클은 아직 초기 국면으로 주요 자회사들의 수주잔고와 실적의 우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글로벌 제조·에너지 공급망 내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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