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ChatGPT)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코리아]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EU)의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암모니아 추진선과 차세대 친환경 연료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IMO는 2050년까지 국제해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으며, EU는 2024년부터 해운 부문에 배출권거래제(ETS)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해양수산부·한국해사협력센터가 발간한 '친환경선박 관련 글로벌 동향 및 국내 지원사업 가이드북'에 따르면, IMO의 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EEXI)와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가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CII 규제는 총톤수 5,000톤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A(매우 우수)부터 E(매우 열악)까지 5단계 등급을 부여하며, 3년 연속 D등급 또는 1회 E등급을 받으면 시정조치 계획 수립이 의무화된다.
이러한 규제 강화에 힘입어 전 세계 친환경선박 발주 비율은 2022년 55%까지 치솟았고, 2024년 상반기 47%, 2023년 기준 전체 발주량의 60% 이상을 기록하며 LNG·메탄올·암모니아 선박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가이드북은 “코로나19 시기 항만 적체로 인한 운임 상승으로 해운선사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달성하면서 친환경선박 발주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K조선 빅3, 암모니아·SMR·MSR로 초격차 전략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3는 LNG 추진선을 넘어 무탄소 연료 기반의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 선점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에 성공했다. 지난 4월 울산 조선소에서 4만6천㎥급 중형 가스 운반선 2척의 명명식을 열었으며, 해당 선박에는 암모니아와 벙커유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이 장착됐다. HD현대중공업의 암모니아 추진선 누적 수주량은 8척으로 늘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 중형선사업부 대표(사장)는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암모니아 추진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할 것” 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그룹 차원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선박에 적용하는 중장기 전략도 추진 중이다. 2025년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SMR 기술을 적용한 1만5천TEU급 컨테이너선 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했으며, 2030년 대형선 전기추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와 협력해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해 전력을 생산하는 ‘암모니아 파워팩’ 기술 확보에 나섰다. 또한 프랑스 선급(BV)으로부터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추진 원유운반선의 기본설계 인증을 받았다.
한화오션은 용융염원자로(MSR)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SR은 선박 침몰 시 액체 상태의 핵연료가 바닷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고체로 굳어 방사능 해양 유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LNG 추진선 물량 공세…기술력으로 맞선다
중국 정부는 ‘조선 제조업의 친환경 발전을 위한 행동 계획(2024~2030)’에 따라 친환경 선박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CGT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탄올·LNG·전기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80.2%에 달했다.
특히 중국선박그룹(CSSC) 산하 조선사들은 초대형 LNG 운반선에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며 내수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물량 공세로, K조선에 대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는 LNG 추진선 같은 과도기 기술을 넘어 암모니아·원자력 등 차세대 무탄소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한 조선사 관계자는 암모니아 추진선과 관련해 “이미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다만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단일 국제 표준은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대신 선박 안전 기준과 기술 검증은 ABS 등 글로벌 선급기관 인증 체계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암모니아나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 선박은 선급 인증을 기반으로 기술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히려 앞으로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기반 선박 분야에서 국제 표준 논의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Greenship-K 통해 2030년까지 528척 전환 지원
정부는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Greenship-K 보급시행계획’ 을 수립, 2030년까지 528척의 친환경선박 전환을 추진 중이다. 주요 지원 내용으로는 △LNG 벙커링 동시작업 기술 개발 △수소선박 안전기준 개발 △육상전원공급설비(AMP) 보급 △외항선 친환경선박 건조 보조금 지원(선가 대비 최대 10%)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진단·컨설팅·금융·보조금을 통합 지원하는 ‘친환경선박 원스톱 지원체계’ 를 2024년부터 운영 중이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친환경선박 인증제도를 통해 1~5등급을 부여하며, 인증 등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한다.
한국해사협력센터는 중소·중견 선사를 대상으로 CII 등급 개선 컨설팅을 제공하며, 가이드북은 “속도 저감, 항만 체류시간 감소, 친환경 연료 전환 등을 통해 CII 등급 개선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암모니아 벙커링, 울산항서 세계 첫 실증 성공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울산본항 2부두에서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 중형 가스 운반선의 PTS(Pipeline To Ship) 방식 암모니아 벙커링 실증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롯데정밀화학이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한 4만5천CBM급 선박에 약 600톤의 청정 암모니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승원 롯데정밀화학 대표는 “세계 최초 암모니아 선박 연료 상업화는 기후 위기 시대 화석연료를 대체해 무탄소 에너지의 생산·유통·사용까지 글로벌 무탄소 에너지 공급망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인류사적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혜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암모니아 벙커링의 성공적인 실증으로, 우리 항만이 친환경 선박 연료 중심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북은 결론에서 “친환경선박 도입 시 높은 초기 비용은 특히 중소형 선사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해운선사들은 다양한 보조금 프로그램 및 세제 혜택, 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완화하고,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와 같은 선화주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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