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비용 압박 현실화
패널 핵심 소재인 아크릴수지
日가네카, 16일부터 가격 올려
편광판 제조사들도 잇단 인상
반도체 세정용 제품값도 꿈틀
메틸에틸케톤 한달새 25%↑
미국·이란 전쟁발 국제 유가 폭등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제조업 전반에 대한 비용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 소재인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광학필름·편광판(빛조절), 세정액 등 전자제품 핵심 공정 소재 가격이 일제히 치솟으면서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TV 등 최종 완제품 가격마저 밀어 올리는 ‘정보기술(IT)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나프타 대란발 공급망 불안이 국경을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3일 IT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재 기업 가네카는 오는 16일부터 폴리이미드(PI) 필름과 광학용 아크릴 수지(PMMA) 가격을 각각 20%, 30% 인상한다. PI와 PMMA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유연성을 구현하거나 빛을 고르게 전달하는 핵심 소재로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에 골고루 쓰인다. 가네카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해상 운송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면서 원유 및 석유화학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필름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혈관’ 역할을 하는 동박적층판(CCL) 역시 소재인 절연 수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 CCL 최대 생산 기업인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은 지난 1일 제품 가격을 30% 올렸다.
디스플레이 패널 원가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필름인 편광판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수용성 필름(PVA)과 보호필름(PET), 코팅·접착제 등 석유화학 소재를 결합해 만드는 편광판은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두에 사용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중동 전쟁 이후 주요 편광판 제조사들이 패널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5∼10% 수준의 제품 공급 가격 인상을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학 필름과 편광판 가격이 5% 안팎으로 상승할 경우 패널 제조사들의 영업이익은 10% 이상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결정짓는 핵심 원재료인 세정 및 공정용 화학제품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웨이퍼 유기 이물질을 닦아내는 메틸에틸케톤(MEK)의 지난달 현물 가격은 전월 대비 무려 25% 폭등했다. 반도체 세정 공정 필수품인 고순도 이소프로필알코올(IPA) 역시 가격이 같은 기간 두 자릿수로 올랐다. 최근 반도체 식각 공정에 쓰이는 헬륨 등 특수 가스 수급마저 불안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헬륨 부족이 심화될 경우 현물 가격이 50∼200%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단가 상승이 제조 원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보통 4∼8주임을 고려할 때 하반기부터는 충격파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공급망 재정비에 나섰다. 핵심 소재인 헬륨을 비롯한 공정용 소재를 기존 중동 지역 외 공급할 수 있는 국가를 추가 발굴하고, 수입 물량 비중을 조정해 안정적 공급망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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