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로 미리 보는 우리 집
가구업계, 공간 제안 경쟁으로
지난 17일 현대리바트 더현대 서울점에서 기자가 확장현실 상담 서비스 ‘XR 디자인 스튜디오’를 체험하고 있다.<김지호>
[인사이트코리아 = 김지호 기자]
“실제 모델하우스에 가본 것처럼 현장감 있게 인테리어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현대리바트 더현대 서울점을 방문한 30대 여성 고객이 ‘XR(확장현실) 디자인 스튜디오’를 체험한 뒤 남긴 반응이다. XR 디자인 스튜디오는 고객이 집 도면에 가구와 인테리어 요소를 배치한 뒤 XR 기기를 통해 완성된 공간을 미리 체험하는 서비스다.
또 다른 20대 여성 고객도 “인테리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상담을 받아도 체감이 잘 안 됐다”면서 “XR 체험으로 공간을 생생하게 살펴보니 설명이 바로 이해돼 결정하기 편했다”고 했다. 단순 진열보다 맞춤형 공간 제안이 중요해진 가구업계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난 17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리바트 매장 한켠에는 모니터와 소파, XR 기기가 놓인 별도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상담은 별도 상담실에서 1대 1로 진행됐다.
XR 체험은 고객이 집 주소를 말하면 등록된 도면을 활용해 공간을 불러오고 더 정밀한 체험이 필요할 경우 실측 자료나 도면을 추가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축 주택이나 빌라도 도면이 있으면 상담받을 수 있다.
‘XR 디자인 스튜디오’ 고객 상담 후 시공이 완료된 모습(왼쪽)과 화장실 인테리어 도면.<윤찬우>
화면에는 집 구조가 펼쳐졌고 원하는 가구와 인테리어 요소를 넣어 배치할 수 있었다. 상담이 끝난 뒤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실제 질감이 반영된 이미지를 짧은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XR 기기를 착용하자 평면으로 보이던 도면은 곧바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바뀌었다.
문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고 수납장도 설정에 따라 여닫을 수 있었다. 문이 열리는 방향과 폭, 가구 간 간격까지 반영돼 실제 주거 공간에 들어선 듯한 현장감이 느껴졌다.
처음 기기를 착용했을 때는 다소 어지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바뀐 집 안을 자유롭게 둘러보며 가구 배치와 동선을 확인해보니 도면만 볼 때보다 공간이 훨씬 직관적으로 읽혔다. 인테리어 경험이 많지 않은 소비자일수록 상담 내용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인상도 받았다. 현대리바트에 따르면 지난 2주간 현재 상담 고객은 일평균 10명 수준으로 특히 주말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이를 가구업계 최초 XR 상담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특히 60대 이상 고객 이해도가 높아졌고 상담 시간도 기존 평균 6시간에서 3시간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색상과 소재, 디자인을 현장에서 바로 반영하고 단가도 즉시 계산할 수 있어 상담 효율도 높아졌다.
한샘몰은 상품 탐색과 상담 예약, 매장 상담, 견적 및 주문관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한샘>
오프라인 체험·온라인 설계 동시 강화
가구업계가 이런 체험형 서비스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업황 변화가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납품 중심 B2B 사업만으로는 성장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현대리바트의 지난해 B2B 매출은 5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 감소했다. 한샘도 지난해 B2B 매출 39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4% 줄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접점에서 직접 수요를 만들고 구매 결정을 앞당길 수 있는 장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리바트는 오프라인 몰입형 체험을 강화했고 한샘은 플랫폼 기반 통합 구매 여정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23년 한샘닷컴과 한샘몰을 통합한 ‘통합 한샘몰’을 론칭했으며 현재는 온오프라인 융합을 강화한 ‘홈퍼니싱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고객은 한샘몰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상담을 예약할 수 있다. 이후 매장을 방문해 상담과 견적을 받은 뒤 앱에서 견적서와 계약서를 확인하고 구매와 주문관리까지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한샘은 탐색, 상담, 주문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회사는 붙박이장 내부를 고객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셀프 플래너’도 도입하며 맞춤형 공간 제안 기능을 강화했다.
전문가는 가구업계 경쟁 전략이 제품 판매에서 공간 제안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상 공간을 통해 색깔, 재질, 디자인, 형태를 직접 확인하면 소비자가 훨씬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고 예상한 결과물과 실제 결과물 차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구는 집 전체 디자인과 수납, 활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품목”이라며 “외관은 물론 내부 구조와 공간 전체 조화까지 미리 파악할 수 있으면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식”이라며 “향후 다른 가구업체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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