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사례가 던진 경고...'소버린 AI'는 선택 아닌 안보 과제
단순 모델 도입 넘어 '데이터 패브릭', '온톨로지' 주권 확보 시급
LIG D&A 위시한 국내 테크 기업들 독자적 국방 AI 생태계 구축 '박차'
/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불거진 미 국방부(DoD)와 AI 기업 앤트로픽 간의 정책 충돌 가능성은 전 세계 안보 전문가들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졌다. 미군이 군사 작전에 앤트로픽의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 활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업 측의 AI 윤리 정책과 군 운용 목적 간 간극이 부각되며 AI 통제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더라도 핵심 AI 모델과 서비스 운영 권한이 외부 기업에 있으면 정책 변화나 서비스 제한에 따라 국가 안보 체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모델만 '소버린'? 인프라 종속이 남긴 과제
유럽의 AI 자존심이라 불리는 프랑스 '미스트랄 AI' 사례도 소버린 AI가 단순히 '자국산 모델'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가트너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스트랄 AI는 프랑스 국방부와 협력 관계를 확대하며 유럽 AI 자립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제 AI 학습과 운영 과정에서는 엔비디아 GPU와 미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모델 자체의 소유권만으로는 완전한 AI 주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AI를 구동하고 고도화하는 인프라와 공급망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운용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방산 파고드는 '팔란티어'...온톨로지 종속 우려도
한국 상황 역시 예외는 아니다. K-방산이 폴란드와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확대하고 있지만,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운영 체계 분야에서는 외산 의존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팔란티어의 국내 영향력 확대는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팔란티어코리아는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로 급성장하며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여기서 핵심 개념으로 떠오르는 것이 '온톨로지'다. 온톨로지는 데이터 간 관계와 맥락을 정의하는 일종의 '데이터 설계 체계'로, AI 의사결정 구조의 기반 역할을 한다.
특정 외산 벤더의 온톨로지 체계 위에서 국방 데이터와 AI 운영이 구축될 경우, 향후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데이터 구조와의 종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구조와 운영 체계 전반의 주권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국방 AI의 해법 '데이터 패브릭' 인프라와 국내 기업의 반격
전문가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단순 폐쇄형 전략보다는 '통제 가능한 개방성' 기반의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국방연구원과 업계에서는 지리공간(Geospatial), 언어(LLM), 월드(World) 모델 등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과 함께 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 확보가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특히 데이터·AI·의사결정 체계를 통합 운영하는 이른바 'AI 운영체계(AI OS)' 개념이 국방 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LIG D&A 제1회 테크 서밋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20개 스타트업 대표와 32개 LIG D&A 주요 협력사 대표, 신익현 LIG D&A 대표이사(사진 중앙)를 포함한 임직원 등 총 90여명이 참석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사진=LIG D&A 제공
다행히 국내 기술 주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방산 빅3 중 하나인 LIG D&A(옛 LIG넥스원)는 지난달 제1회 테크서밋을 열고 국내 AI 기업들과의 협력 사례를 공개했다.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핵심 데이터와 운영 체계의 통제권은 우리 기술로 확보하려는 '하이브리드 소버린 전략'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IG D&A는 지난해 국내 AI 플랫폼 기업 디토닉과 AI 데이터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하고 방산 데이터의 활용성과 업무 을 극대화하는 한편,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기술적 토대를 닦고 있다. 다비오와도 위성·인공지능(AI) 기반 감시정찰 분야에서 추가 사업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생태계의 외연 또한 전문 분야별로 촘촘해지고 있다. 보안과 전문성이 필수적인 국방 도메인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설계하는 코난테크놀로지, 지리공간 파운데이션 모델로 전장의 '눈'을 고도화하는 에스아이에이(SIA), 무인체계 및 군집 제어 기술의 파블로항공, 그리고 국방 지식베이스 구축에 특화된 포티투마루 등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소버린 AI의 조각들을 맞춰가고 있다.
"AI 통제권이 곧 안보"...실전형 고도화가 관건
정부는 올해 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컨소시엄 선정을 통해 국방 소버린 AI의 기반을 닦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모델 개발을 넘어 실제 전장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경량화 기술과 폐쇄망 대응 역량, 모델 교체 시에도 데이터 구조와 호환 가능한 표준화 체계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전이 데이터 중심 체계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AI 통제권 자체가 국가 안보 역량의 일부가 되고 있다"며 "단순히 모델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구조와 운영 환경까지 아우르는 한국형 AI OS 주권 확보가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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