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전면에 내세운 양사, 엔비디아 AI 생태계 중심 경쟁 심화
삼성 '토털 솔루션' vs 하이닉스 'HBM 리더십' 전략적 차별화도 뚜렷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GTC 2026 키노트 발표. 그는 가속 컴퓨팅, AI 팩토리부터 오픈 모델, 에이전틱 시스템, 피지컬 AI까지 AI 전체 스택 전반의 최신 기술 발전과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전달했다. 사진= 엔비디아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 무대인 엔비디아 'GTC 2026'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며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두 기업은 모두 AI 연산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GPU(그래픽 처리장치)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GPU 성능을 뒷받침하는 메모리 기술 경쟁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AI 산업 방향 제시하는 GTC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는 인공지능과 가속 컴퓨팅 분야의 최신 기술과 산업 방향성을 공유하는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주요 빅테크 기업과 반도체 업체, 개발자들이 참여해 AI 시스템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미래를 논의했다.
특히 최근 AI 산업에서는 GPU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GPU와 함께 작동하는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 대역폭과 처리 속도가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GTC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인프라 시장에서 협력 관계와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전략적 무대로 평가된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모리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와의 협력 여부는 곧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의 전시 공간을 통해 AI 시대에 맞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이터센터~온디바이스 AI 아우르는 SK하이닉스 메모리 전략
SK하이닉스는 'Spotlight on AI Memory'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AI 인프라에 적용되는 메모리 기술과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전시관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성과를 보여주는 협업 존과 제품 포트폴리오 존, 체험형 이벤트 존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협업 존에서는 HBM4와 HBM3E, SOCAMM2 등 주요 메모리 제품이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에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중심으로 GPU 기반 AI 가속기 구조를 전시했다. 고성능 AI 시스템에서 메모리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함께 액체 냉각 방식의 eSSD와 LPDDR5X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 Spark'도 함께 전시됐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에서 요구되는 고성능·고효율 메모리 기술을 반영한 전시다.
엔비디아 'Vera Rubin 200' 실물과 이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HBM4, SOCAMM2. 사진 제공= SK하이닉스
제품 포트폴리오 존에서는 HBM4와 HBM3E를 비롯해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차세대 LPDDR6, GDDR7, eSSD 등 다양한 AI 메모리 제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온디바이스 AI와 자동차용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으로 메모리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HBM 적층 구조를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를 마련해 관람객이 고적층 패키징 기술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TSV 기반 적층 기술을 활용해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는 HBM 구조는 AI 연산 성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SK하이닉스 측은 "AI 기술 발전에 따라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시스템 구조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하며, 데이터센터에서 온디바이스 AI까지 아우르는 메모리 기술 역량을 통해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메모리 토털 솔루션 전략 부각한 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 데 이어 이번 GTC에서는 HBM4E 실물 칩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자사의 기술 경쟁력을 부각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HBM4E는 핀당 16Gbps 속도와 4TB/s 수준의 대역폭을 지원하는 차세대 메모리로, 고성능 AI 시스템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와 로직 설계,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을 결합한 종합반도체 기업(IDM) 구조를 기반으로 AI 시스템에 필요한 메모리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시 공간에 마련된 'HBM4 Hero Wall'에서는 HBM4 기술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중심으로 이러한 경쟁력을 부각했다.
이번 GTC의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HBM4E 제품. 사진 제공= 삼성전자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소개된 HCB(Hybrid Copper Bonding)는 기존 열압착 방식 대비 열 저항을 크게 낮추면서 16단 이상의 고적층 HBM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고성능 AI 시스템에서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패키징 방식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엔비디아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 시스템을 지원하는 메모리와 스토리지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전시했다. Rubin GPU에 탑재되는 HBM4와 서버용 메모리 모듈 SOCAMM2, 그리고 PCIe Gen6 기반 서버용 SSD PM1763 등을 하나의 플랫폼 구조로 제시하며 AI 시스템 전반을 지원하는 공급 역량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초청을 받은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은 발표자로 나서 AI 인프라 혁신을 위한 메모리 기술의 역할과 향후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 양사의 협력이 단순한 부품 공급 관계를 넘어 AI 시스템 개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엔비디아 협력 확대…AI 인프라 경쟁 핵심 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행사에서 각각의 기술 전략을 강조한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있다.
생성형 AI 확산과 대규모 모델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GPU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서버 한 대에는 수십 개의 고성능 GPU와 대량의 HBM이 탑재되며, 시스템 성능은 GPU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처리 구조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GPU와 메모리 간 최적화된 시스템 아키텍처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차세대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메모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GPU 중심 AI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메모리 공급망과 기술 협력 관계 확보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GTC에서 드러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은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두 기업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AI 메모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엔비디아와의 협력 속에서 차세대 AI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향후 AI 인프라 경쟁은 GPU와 메모리 간 결합 구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AI 산업이 본격적인 인프라 경쟁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메모리 기술이 AI 시스템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TC에서 펼쳐진 'K-메모리' 경쟁은 글로벌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경쟁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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