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이 195.5조원에 달하고 공적금융 비중이 65%를 차지하면서, 탄소중립 목표에 맞춘 금융자산 관리와 재생에너지 투자 전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정부가 한국형 녹색대전환(K-GX)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대출 잔액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적금융기관이 전체 화석연료금융의 65%를 차지하면서 탄소중립 정책과 금융 흐름을 연계하고, 재생에너지·전력망 등 저탄소 산업으로 자금 공급을 전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이 27일 공동 발간한 ‘2025 한국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2020년 154조원에서 2025년 195.5조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석탄금융은 83조원, 석유·천연가스 금융은 112.5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기관 등 공적금융이 전체의 65%인 127조원을 차지했다. 여기에 화석연료 관련 보험 보장금액 180.8조원을 포함하면 화석연료 관련 금융 지원 규모는 376.3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1000조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을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K-GX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존 화석연료금융은 여전히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KoSIF는 “대규모 기후·전환금융이 공급되더라도 기존 화석연료금융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전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화석연료로 향하는 자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국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전환에 필요한 분야로 자금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정 의원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와 공적금융의 자금 흐름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공적금융기관의 여신·보증 심사에 기후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후공시 의무화와 전환금융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섹터별 화석연료금융 비중(2025년 말) /자료제공=KoSIF
공적금융 127조원··· 화석연료 의존 지속
공적금융기관의 석탄금융은 50.6조원으로, 이 가운데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에 대한 투자가 75.5%를 차지했다.
석유·천연가스금융은 76.4조원으로 국민연금과 한국수출입은행의 비중이 74%에 달했다. 주요 공적금융기관의 투자·여신 기준이 국내 화석연료금융의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천연가스금융의 증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로 나타났다. 국내 천연가스금융 잔액은 2025년 41조원으로 2020년보다 42.4% 증가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배출집약도가 낮아 ‘과도기적 전원’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공급시설은 장기간 운영되는 기반시설인 만큼, 현재의 금융지원이 향후 화석연료 자산의 장기 고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향후 LNG 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KoSIF는 신규 금융의 지원 대상과 자금 회수 시점도 이러한 감축 경로와 연계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성장펀드의 신규 LNG 발전사업 지원을 배제하고, 국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저장설비에 자금을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자금 공급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재생에너지금융 신규 실행액은 9.9조원으로 전년보다 16.5% 증가했지만, 국내 신규 실행액은 6.4조원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증가분 대부분은 해외 사업에서 발생했다.
송명은 KoSIF 선임연구원은 “공적금융이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초기 위험을 분담해 민간자금의 참여를 끌어내고,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허가와 주민수용성, 계통연계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국내 사업에 대해 공적금융이 보증·공동금융 등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넷제로 목표 선언 기관 중 금융배출량 산정·반영 여부 /자료제공=KoSIF
화석연료 보험 180.8조원··· 자연재해 보험금 1.8조원
보험 역시 화석연료 사업의 건설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금융지원 수단으로 나타났다.
2025년 화석연료 관련 보험 보장금액은 180.8조원으로 전년보다 28.8% 증가했다. 특히 신규 시설뿐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 자산의 장기 운영을 보장하는 운영보험의 역할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위험은 보험사의 실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자연재해 보험지급금은 2025년 1.8조원으로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험사가 기후재해 피해를 보상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업의 위험을 계속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KoSIF는 대출과 투자뿐 아니라 보험 인수도 화석연료금융 감축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보험 제공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기존 보험 포트폴리오에도 감축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 석탄금융에서는 만기가 장기간 남아 있는 계약도 확인됐다. 조사된 석탄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사채 가운데 2050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은 35건으로 나타났다.
신규 석탄금융 역시 발전소 건설 PF보다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에 대한 회사채 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신규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제한만으로는 기존 석탄금융을 빠르게 줄이기 어려운 구조가 확인됐다.
금융기관의 넷제로 선언을 실제 투자·대출 포트폴리오 변화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로 남았다. 조사 대상 114개 금융기관 가운데 46곳이 넷제로 목표를 수립했지만, 투자·대출 대상 기업의 전환을 유도하는 기업관여활동을 실시한 기관은 9곳에 그쳤다.
이에 KoSIF는 신규 화석연료금융을 제한하는 동시에 기존 자산의 만기·차환 관리, 보험 포트폴리오의 단계적 축소, 투자·대출 대상 기업의 전환계획 점검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탈석탄이나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기존 화석연료금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전환금융 역시 자금 공급 자체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배출감축과 화석연료 자산의 감축·전환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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