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홈페이지)
국내 모든 금융기관 또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중 작년 가장 보수(연봉)가 많았던 인물은 호남지역 금융그룹인 JB금융지주의 김기홍 회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초까지 작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모든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본지가 직접 일일이 조사한 결과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JB금융지주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김 회장의 작년 보수총액은 모두 37.82억원으로, 급여 8억원과 상여 29.82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JB금융지주의 작년 김기홍 회장 보수내역 설명 공시
김 회장 다음으로 작년 보수가 많았던 금융기관 CEO는 한양증권 임재택 대표(33.59억원), KB증권 김성현 대표(26.96억원), JB우리캐피탈 박춘원 대표(24.07억원),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회장(22.02억원) 순이다.
하지만 임재택, 김성현, 박춘원 대표 등은 모두 최근 퇴직, 각 14.10억원, 4.86억원, 6.89억원씩의 퇴직금이 포함된 보수액수다.
퇴직자를 제외한, 지금도 현직인 최고경영자들만을 대상으로 작년 보수랭킹을 조사해보면 김기홍 회장 다음은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삼성생명 홍원학 대표(21.61억원), NH투자증권 윤병운 대표(19.30억원),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18.9억원) 순이다.
그 다음 연봉 15억원이 넘은 CEO들을 보면 다올투자증권 이병철 회장(18.09억원), 삼성증권 박종문 대표(18.04억원), 삼성화재보험 이문화 대표(17.58억원), 삼성생명 이승호 미등기 상근 사장(16.81억원), 현대캐피탈 정형진 사장(16.24억원), 삼성카드 김이태 대표(16.01억원), 신한은행 정상혁 행장(15.70억원) 등이다.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12.97억원),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11.93억원),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12.71억원) 등은 15억원 선에 훨씬 못 미쳤다.
부산-경남권 금융그룹인 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9.42억원), 하나은행 이호섭 행장(9.09억원), 우리은행 정진완 행장(8.51억원), 부산은행 방성빈 행장(7.38억원), 국민은행 이환주 행장(7.12억원)등은 작년 보수가 10억원도 되지 않았다.
옛 DGB금융지주인 iM금융지주의 황병우 회장도 작년 연봉이 7.1억원에 그쳤으나 그는 겸직 중인 iM뱅크(옛 대구은행) 행장 연봉(7.54억원)도 있어 합치면 15억원에 육박한다.
JB금융지주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실적(단위 백만원)
JB금융지주는 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거느리는 전국 8개 은행금융그룹 중 규모 면에서 가장 작은 곳이다. 그런데도 자산규모 압도적 1위인 KB금융 양종희 회장보다 2배 넘는 보수를 받은 것이다. 같은 지역 금융그룹인 BNK금융 빈대인 회장보다는 정확히 4배 넘게 보수를 받았다.
JB금융지주의 과거 사업보고서를 보면 김 회장은 회장에 첫 취임한 2019년 연봉이 5억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8.37억원, 21년 9.82억원, 22년 14.16억원, 23년 19.27억원, 24년 23.82억원 등으로 매년 연봉을 크게 높여 왔다.
특히 작년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이런 연봉 상승 속도도 다른 금융그룹들에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 김 회장은 2년 연속 금융기관 CEO 연봉랭킹 1위 기록도 세웠다.
JB금융지주의 작년 주요 지표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우선 현 금융지주 회장 들 중 회장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올해 만 69세인 김 회장은 놀랍게도 호남이 고향이 아니라 서울 출신이다. 미국 유학 후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임하다 보험개발원 연구조정실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거쳐 KB국민은행 수석부행장과 지주사 설립 기획단장 등도 지냈다.
2014년부터 JB금융 계열인 JB자산운용 대표로 있다가 2019년 3월 JB금융지주 회장으로 발탁됐다. 불도저 같은 업무 추진력에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로 불릴 정도로 넓은 인맥이 그의 발탁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헌재 사단’이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전 부총리가 발탁하거나 중용한 인물들을 일컫는 용어다. 지금까지도 관계나 금융계, 경제계 등에 넓게 포진, 막강한 영향력에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 등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 회장은 회장 임기를 벌써 두 번이나 마치고 세 번째 연임 중이다. 2028년이 세 번째 임기다. 2022년 이후 연달아 취임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 비해 최소 3년 이상 재임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다른 회장들에 비해 당연히 보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우선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지주 회장 전에 최소 수년씩의 은행장 경력이 있다. 이 경력까지 합쳐서 볼 때 김 회장의 보수가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JB금융지주 주요 주주 현황
김 회장이 재임기간 중 탁월한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을 이뤄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보수는 줘야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실제 JB금융의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은 사실이다. 그 덕에 회장 장수 재임도 가능했다.
하지만 iM금융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의 금융그룹들도 최근 수년간 경영실적이 탁월했고, 주가도 JB금융 못지않게 상승했다. 실적과 주가로도 이런 상대적 고액연봉이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계에선 오히려 1인 사내이사 체제인 JB금융의 지배구조와 과점주주가 여럿이어서 일방 독주가 어려운 JB금융의 주요 주주 구성 등도 김 회장의 이런 고연봉 및 ‘황제 장수회장’이 가능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JB금융지주 이사회를 보면 사내이사는 김 회장 단 1명 뿐이고, 사외이사 9명,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정기주총에서 6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됐는데, 사외이사진은 경력 등으로 볼 때 김 회장과 가까워 보이는 인물들이 상당수로 추정된다.
1인의 기타비상무이사는 대주주인 삼양그룹에서 파견된 인물이다. 작년 말 JB금융지주의 대주주 구성을 보면 호남이 기반인 삼양그룹이 14.98%로 지분이 가장 많고, 다음은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14.56%, 오케이금융그룹 9.03%, 국민연금공단 6.42% 등이다.
삼양그룹이 최대주주로 기타비상무이사 1인을 이사회에 파견 중이긴 하지만 다른 대주주들의 지분도 많아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다.
JB금융 주요 게열사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이런 과점주주 구조와 1인 사내이사 체제 등을 최대한 활용, 김 회장이 특유의 추진력과 친화력, 조정력 등으로 장기 재임을 이루면서 고액 연봉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 말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에 대해 “돌아가면서 계속, 은행장 했다가 회장했다가 10년~20년 해먹는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자신들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그냥 방치할 일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금융그룹들에서는 회장 취임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은행장, 대표이사 사장) 시절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고위직 임원직을 이어가는 경우가 흔한 편이다. 금융당국은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에 부응, 현재 금융지주 회장 선임 방식 등 금융지주 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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