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나락스 윤성호 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유럽·중동 등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한 시장 확장을 가속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AI OS 기반의 반복 매출 구조를 본격적으로 확장해 대한민국의 대체불가한 '피지컬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마키나락스
“AI 산업의 다음 전장은 채팅이 아니라 현실 세계다.”
코스닥 상장을 앞둔 피지컬 AI 기업 마키나락스에 기관 자금 30조원이 몰린 배경에는 이런 시장의 기대가 깔려 있다. 생성형 AI 열풍이 챗봇 중심의 ‘디지털 AI’를 넘어 제조·국방·로봇·에너지 등 실제 산업 현장을 제어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AI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키나락스는 최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2500원~1만5000원) 상단인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전체 참여 기관의 99.96%가 밴드 상단 이상 가격을 제시했고,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78.2%에 달했다. 코스닥 IPO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AI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니라 ‘산업용 AI 운영체제(OS)’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기관들이 베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마키나락스의 핵심은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 ‘Runway’다. 회사는 이를 “산업 현장의 윈도우(OS)”로 설명한다. 제조 공장이나 국방 시설처럼 인터넷과 분리된 폐쇄망 환경에서도 AI의 개발·배포·운영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마키나락스는 자동차, 반도체, 에너지, 배터리, 국방 등의 현장에서 AI 운영체제(AI OS, AI 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6,000건 이상의 산업 특화 AI 모델을 적용하며 다양한 산업 현장 레퍼런스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삼성, 한화, 현대, LG, SK, GS 등 글로벌 제조 기업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국방과학연구소, 합동참모본부 등 국방 부처 및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국방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AI 산업 흐름과도 맞물린다. 미국에서는 팔란티어의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가 정부·국방·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마키나락스 역시 제조·국방 특화 AI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부스 관계자들이 로봇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마키나락스는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컴파운드 AI(Compound AI)’ 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복잡한 산업 공정을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구조다. 회사는 2026년 출시한 ‘Runway 2.0’을 통해 플랫폼 코어와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를 분리하고, AI 에이전트 기반 운영 체계를 본격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AI 산업이 단순 챗봇 경쟁에서 실제 산업 자동화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과 국방 분야는 AI 도입 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데이터 보안과 폐쇄망 환경, 실시간 제어, 고신뢰성 요구 등 일반 IT 서비스와 전혀 다른 기술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키나락스는 폐쇄망 AI, 엣지 AI,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회사는 현재까지 6000개 이상의 AI 모델을 산업 현장에 적용했고, 25TB 이상의 산업 특화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후발주자들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평가된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5년 매출은 114억5900만원으로 2023년(52억600만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설립 이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84%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수주액도 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8배 증가했다.
특히 일본 진출은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일본 제조업은 AI 전환 수요가 크지만 폐쇄망·현장형 AI 공급 기업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마키나락스는 올해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현재까지 4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투자 위험요인 역시 분명하다.
현재 마키나락스는 전형적인 ‘성장형 적자 기업’ 구조에 가깝다. 연구개발과 인력 확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아직 자체 현금창출 구조는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3년 -101억8300만원, 2024년 -106억3800만원, 2025년 -78억300만원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 역시 최근 3년 연속 음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재무구조 자체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부채비율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통주 전환 이후 2025년 52.8%까지 낮아졌다. 유동비율 역시 246.5%로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결국 핵심은 ‘언제 플랫폼형 반복매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매출 구조는 프로젝트 기반 성격이 강하지만, 회사는 향후 Runway 중심의 라이선스·구독형 매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허용하는 것도 이 같은 플랫폼 전환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글로벌 경쟁 환경은 만만치 않다. AI 시장에서는 팔란티어, 엔비디아 생태계, 글로벌 빅테크들이 산업용 AI 플랫폼 시장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시장 대응이 늦어질 경우 경쟁우위가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산업 AI는 일반 생성형 AI보다 상용화 사이클이 길고, 고객 맞춤형 구축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관건은 마키나락스가 단순 AI 프로젝트 기업에 머물지 않고, 제조·국방 현장의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는 ‘산업용 AI 운영체제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다.
만약 플랫폼 구조 전환에 성공한다면 국내 AI 산업에서 보기 드문 장기 성장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기술 고도화와 수익성 확보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현재의 높은 기대감은 빠르게 조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한편, 마키나락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 뒤,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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