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자회사들이 영업권 손상과 자산 가치 하락으로 재무적 부침을 겪는 상황에서도 지주사인 SK㈜의 현금 흐름은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 가변성이 큰 배당 수익과 달리 계열사의 외형 성장에 연동되는 상표권 사용료가 지주사의 강력한 재무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SK㈜가 자회사의 일시적인 경영 리스크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 전문 회사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핵심 동력이다.
3692억원의 위력…이익 아닌 '매출' 연동 구조
지주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상표권 수익의 존재감은 명확하다. 지난해 기준 SK㈜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브랜드 사용료는 약 3692억원 규모다. 이는 투자부문 총 영업수익(8656억원)의 42.6%에 달하며, 배당금 수익과 함께 지주사 자체 수익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수익이 마르지 않는 샘으로 불리는 이유는 특유의 산정 방식에 있다. SK그룹은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에 일정 요율(통상 0.2%)을 곱해 사용료를 책정한다. 수익의 기준점이 변동성이 큰 영업이익이 아닌 외형(매출액)에 고정되어 있어, 계열사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국면에서도 지주사의 현금 유입은 줄어들지 않는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게 된다.
전 세계 120개국·3300여 개 상표권, 100여 곳 아우르는 법적 방어막
이러한 수익 구조의 이면에는 체계적으로 구축된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가 자리 잡고 있다. SK㈜는 정관상 주요 목적사업으로 ‘브랜드와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의 관리 및 라이선스업’을 명시하고 전문적인 관리 체계를 운용한다. 현재 국내외 120여 개 국가에서 확보한 상표권만 3300여 개에 달하며, 이를 기반으로 100여 개 계열사와 사용 계약을 체결 중이다.
단순히 수수료를 수취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자회사들이 해당 국가에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방어막을 제공하는 것이 지주사의 역할이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육성하는 재투자의 근간이 된다.
적자에도 예외 없는 청구서, 수익 배분의 명과 암
하지만 확정적인 수익 구조는 계열사 입장에서 상시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신사업 투자나 업황 부진으로 현금이 절실한 자회사라 할지라도 매출 규모가 유지된다면 매년 수백억 원대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부상으로는 지주사의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그룹 전체 관점에서는 부를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주사 프리미엄의 성격도 짙다.
회사 측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비용 지출과 관리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SK 측은 "브랜드 사용료는 SK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제고하기 위해 투입되는 광고선전비와 전담 조직 운영 비용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산정된다"며 "상표권 소유주로서 매년 브랜드 경영 활동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계열사들의 영업 활동에도 유·무형의 기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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