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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BM 이사회는 왜 악재를 먼저 알렸나…CEO 책임론·분할론 확산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부진한 2분기 실적을 정식 발표 전에 공개한 배경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IBM 이사회는 왜 악재를 먼저 알렸나…CEO 책임론·분할론 확산

202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6회 세계경제포럼(WEF) 회의에서 전시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IBM이 부진한 2분기 실적을 정식 발표 전에 공개한 배경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IBM 이사회는 악재를 숨겼다는 비판을 피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이례적인 사전 경고를 택했지만, 주가는 하루 만에 25% 폭락했다. 월가에서는 아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론과 함께 사업 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IBM 이사회는 최근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파악한 뒤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실적 발표까지 기다린 뒤 경영진이 투자자들에게 설명할지, 부진 가능성을 미리 공개할지를 놓고 이사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사진은 크리슈나 CEO에게 실적 악화 원인과 향후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질의한 끝에 악재를 선제적으로 알리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기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크리슈나 CEO는 장 시작 전 공개한 투자자 서한에서 "이번 분기 우리는 흔들렸다"고 밝혔다. IBM 부회장인 게리 콘도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크리슈나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며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IBM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5% 급락하며 100년이 넘는 회사 역사상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2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대표 우량주라는 IBM의 명성도 타격을 입었다.

◆AI 예산 쏠림에 밀린 IBM

IBM의 실적 부진은 기업들의 IT 예산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요 고객사들이 메모리 반도체와 고성능 서버, 사이버보안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IBM의 메인프레임과 기존 기업용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구글, 오라클 등은 AI 반도체를 판매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며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고 있다. 반면 IBM은 기업 고객이 자체 사업장에 설치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 판매 비중이 높다. 고객사의 투자 계획과 장비 교체 주기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월가에서는 일부 기업이 AI 인프라를 우선 확보하기 위해 메인프레임 교체를 몇 분기씩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한된 IT 예산 안에서 AI 지출이 늘어나면서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가 밀려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IBM 경영진 내부에서는 대형 고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계약은 규모가 크지만 체결 시점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고객사가 투자를 쉽게 연기할 수 있다.

IBM은 중견기업 등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실적 변동성을 낮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슈나 책임론에 분할론까지

이번 사태는 2020년 취임한 크리슈나 CEO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 크리슈나는 IBM을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IBM은 340억달러에 인수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IT 아웃소싱 사업인 킨드릴을 분사하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해시코프를 인수하는 등 사업 구조도 재편했다.

지난해 IBM 전체 매출 675억달러 가운데 소프트웨어 사업은 약 300억달러를 차지했다. 생성형 AI 도입을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확보하며 성장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AI 시장 확대가 IBM의 기존 사업을 압박하면서 전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IBM이 사업 구조를 다시 손질하거나 일부 사업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가 급락을 계기로 행동주의 투자자가 IBM 지분을 확보해 회사 분할이나 자산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IBM과 자문사들도 행동주의 투자자의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BM 이사회는 이달 말 다시 회의를 열고 실적 회복 방안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IBM이 향후 두세 분기 안에 실적 반등의 근거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크리슈나 CEO에 대한 책임론과 대규모 사업 재편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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