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출처=챗GPT)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제조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느라 공백이 발생한 '범용 메모리'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노리고 있다.
HP와 델(Dell)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D램 채택에 이어 레노버 씽크북 신형 모델에 CXMT D램 탑재 소식이 보도되면서 중국산 메모리의 글로벌 공급망 진입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D램 가격은 현재도 장기간 고공행진 중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와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최대 75%와 63%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익스체인지도 지난달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1Gx8)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16달러(약 2만3200원)로, 지난해 4월 1.65달러(약 2400원) 대비 1년 새 10배 가까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128Gb(16Gx8) 멀티레벨셀(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도 24.26달러(약 3만5200원)로, 전월 대비 36.29% 오르며 16개월째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폭등의 구조적 배경은 AI가 메모리 공급 구조를 통째로 뒤바꾼 데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일반 D램보다 5~6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HBM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생산에 설비를 집중 투입하면서, PC·스마트폰용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테크레이더, 탐스하드웨어 등 여러 외신은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올해 생산되는 고급 메모리칩 공급량의 70%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타이트한 낸드 공급 상황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고,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은 "내년 공급 부족이 올해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DC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공백을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파고들고 있다.
CXMT는 D램 시장 점유율을 4~5%대까지 끌어올리며 대만의 난야를 제치고 세계 4위권에 안착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295억위안(약 5조9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중 130억위안(약 2조6000억원)을 웨이퍼 설비 확충에, 9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을 차세대 D램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웨이퍼 기준 월 20만장 수준인 생산 능력은 연말까지 35만~40만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270단 3D 낸드 기술을 확보해 삼성전자(286단)·SK하이닉스(321단)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의 낸드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지난해 3분기 13%를 기록해 세계 4위인 마이크론(14%)에 바짝 다가섰다. YMTC 우한 3공장이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가동될 경우, YMTC의 글로벌 낸드 점유율은 내년까지 15% 안팎으로 치솟으며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를 턱밑까지 추격할 전망이다.
글로벌 IT 벤더들도 중국산 메모리 채용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등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HP, 델,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세계 PC 제조 대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구매 목록에 포함했다. HP는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유럽 시장에 출하되는 특정 제품에 CXMT 메모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상 일반 상업용 제품에는 직접적인 적용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레노버의 2026년형 씽크북에 CXMT D램이 탑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CXMT의 저전력 D램(LPDDR) 제품 점유율은 이미 약 30%에 달한다.
이 같은 중국의 공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중장기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UBS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이미 '절반 격차'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지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또한 "중국은 싸서가 아니라 물량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CXMT, YMTC가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중저가형 시장에서 출혈경쟁에 노출될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등 차세대 고부가 제품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한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매출 또한 4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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