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너제이 '엔비디아 GTC 2026' 현장 참석
최 "AI 수요 폭증..메모리 부족 2030년까지 이어질 수도"
HBM4 등 AI 메모리 풀라인업 공개..엔비디아 협력 확대
/영상=SK하이닉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D램 가격 안정화 방안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도 했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에 필요한 웨이퍼 공급이 부족해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2030년 무렵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현장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현재는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충분한 칩을 공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전 세계 메모리 부족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웨이퍼 생산능력 부족을 지목했다.
또한 "HBM 생산을 확대하려면 기존 D램보다 훨씬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며 "웨이퍼 생산 능력을 늘리기까지는 최소 4~5년의 리드타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최 회장은 "현재 웨이퍼 공급이 전체적으로 20% 이상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SK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체가 겪는 구조적인 이슈다. 2030년까지 공급부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I 시장 확대가 기존 메모리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AI 가속기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HBM이 필수적"이라며 "HBM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 기존 D램 공급이 줄어 스마트폰이나 PC 업계에서 메모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AI 기업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차원의 대응책도 준비 중이다.
최 회장은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D램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웨이퍼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반도체 경쟁 속에서 HBM의 전략적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가속기와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체 GPU를 만들기 위해서도 HBM은 필수"라며 "우리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기지 전략에 대해서는 한국 중심의 생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생산시설을 다른 국가로 옮긴다고 해서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공장을 그린필드 방식으로 구축하면 5~7년이 걸리지만 한국은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동 정세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미친 영향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란 관련 사태로 에너지 가격 측면에서 어려움이 생겼다"며 "그룹 차원에서 대체 에너지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국 증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가능성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글로벌 투자자에게 더 넓게 노출될 수 있어 회사가 더욱 글로벌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DR은 해외 기업이 미국 증시에 간접적으로 상장해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권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현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쉽게 매매할 수 있어 글로벌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서는 대만의 TSMC가 이미 뉴욕증권거래소에 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TSMC는 대만 증시에 상장된 주식과 별도로 ADR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DR을 발행할 경우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과 직접 비교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SK하이닉스 기업가치가 글로벌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마이크론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두 자릿수 수준인 반면 SK하이닉스는 한 자릿수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자 기반을 확대할 경우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을 찾고 있으며 우리의 메모리 강점을 활용하려 한다"며 "메모리 칩에서는 병목현상과 대역폭이 핵심이며 이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엔비디아는 우리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라며 행사 기간 동안 젠슨 황 CEO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핵심 부품인 메모리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Spotlight on AI Memory'(AI 메모리 집중 조명)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HBM4와 HBM3E를 비롯한 AI 메모리 제품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시장은 ▲엔비디아 협업 존 ▲제품 포트폴리오 존 ▲이벤트 존 등으로 구성됐다.
협업 존에서는 엔비디아 GPU 기반 AI 가속기에 적용된 메모리 구성을 모형과 실물로 구현해 보여주며 양사의 기술 협력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HBM4·HBM3E와 함께 차세대 메모리 모듈 SOCAMM2(소캠2·서버 특화 소형 압축 부착 메모리 모듈) 등 주요 제품이 실제 플랫폼에 적용된 사례가 공개됐다.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액체 냉각 방식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와 LPDDR5X(저전력 모바일 D램)가 탑재된 AI 슈퍼컴퓨터 'DGX Spark'도 전시됐다.
제품 포트폴리오 존에서는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과 LPDDR6, GDDR7(그래픽카드 D램), eSSD, 자동차용 메모리 등 AI 시대를 겨냥한 메모리 제품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벤트 존에서는 HBM 적층 구조를 모티브로 한 ‘HBM 16단 쌓기 게임’을 통해 TSV(실리콘관통미세전극) 공정과 고적층 패키징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엔비디아 GTC 2026은 전 세계 AI 기업과 개발자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AI 기술 행사다.
이번 행사에서는 차세대 GPU 플랫폼과 AI 인프라 기술 방향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 부품인 HBM을 공급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역할도 한층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행사 기간 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만나 AI 인프라 구조 변화와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메모리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 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부터 온디바이스까지 AI 전 영역을 아우르는 메모리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6년 3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6' 전시장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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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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