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ESS(에너지저장장치)와 배터리 소프트웨어(SW)를 앞세워 반등을 노리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는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ESS 중심 사업 구조 전환과 합작법인(JV) 리밸런싱 효과가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셔터스톡
6일 증권가 및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약 5.8조원, 영업손실은 약 1593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자 직전 분기 대비 손실 폭이 확대된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맞물리며 배터리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북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수혜 규모는 직전 분기 약 3300억원대에서 이번에는 약 1700억원대로 약 48%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 및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고 이에 따른 세액 공제 혜택도 함께 줄어든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 가동률은 2023년 69.3%에서 2024년 57.8%, 2025년 47.6%로 가파르게 하락하며 고정비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JV 중심의 사업 구조 특성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몇 년간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공장 설립하며 북미 EV(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JV는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할 효과적인 방식으로 꼽히지만 이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성 측면에선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2025년 LG에너지솔루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지만 당기순이익은 808억원에 그쳤으며 지배주주 기준으로는 1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JV 구조에서 발생한 이익 상당 부분이 비지배지분으로 귀속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금융비용은 1조원 이상, 기타영업외비용은 1조 9000조원을 웃돌았다. 북미 및 유럽 생산거점 확대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V 캐즘이 장기화되자 JV 리밸런싱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투자 속도를 조절해 왔다.
대표적으로 GM과의 엄티엄셀즈 3기 공장에 대한 전략을 수정,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이 약 21억 5400만달러(약 2.9조원)를 투입해 해당 자산을 인수하는 등 자본 지출 효율화에 나섰다. 스텔란티스 및 혼다와의 합작 공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투자(CAPEX) 속도를 조절했다. 시장 수요에 맞춰 증설 속도를 유연하게 관리함으로써 고정비를 줄이고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지시간 30일 구광모 ㈜LG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SI 전문 자회사 버테크에서 ESS 배터리팩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전력 수요 폭증에 'ESS' 구조적 성장 올라타
전기차 시장이 뒤처지면서 새롭게 부상한 영역은 ESS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로 북미 지역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ESS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ESS용 배터리는 EV용 대비 수요 변동성이 낮고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응해 기존 EV용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면서 두 비중을 분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시간 홀랜드 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등 3개의 단독공장을 포함해 ▲얼티엄셀즈 테네시 공장 ▲오하이오 혼다 등 합작공장에서도 ESS 제품 생산을 시작하며 북미 지역에서만 총 5개의 ESS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올해 말까지 ESS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해 글로벌 기준 60GWh(기가와트시) 이상, 이 중 북미 지역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20% 수준인 ESS 및 신사업 비중을 향후 40% 중반까지 확대하겠다"며 파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ESS 시스템 통합(SI)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지난해 약 1조 5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독자적인 수익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배터리 셀 공급을 넘어 설치와 유지보수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사업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ESS 사업 강화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웨스트보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찾아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ESS 배터리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높은 통합 솔루션 역량을 높여 시장을 선도하는 압도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BMTS 이미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 배터리부터 SW 서비스까지 '초격차' 질주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5년 기준 매출액 대비 5.6%에 달하는 약 1조 3278억원을 R&D(연구개발)에 투자하며 기술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석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차세대 폼팩터인 46시리즈가 있다. 2025년 하반기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연산 8GWh 규모의 4680 배터리 본격 양산에 돌입했으며 이는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인 테슬라 등에 공급될 전망이다. 올해 가동 예정인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통해 북미 시장의 차세대 원통형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건식 전극 공정 기술력도 확보한다. 습식 공정과 달리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제조 비용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자 크기에 상관없이 음극과 양극 모두 적용 가능한 건식 전극 공정 파일럿 라인을 오창에서 구축했으며 2028년 본격 양산 적용을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기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넘어선 배터리 관리 토탈 솔루션(BMTS) 사업이 눈에 띈다. 'B.around(비.어라운드)'를 론칭하고 클라우드·AI 기반의 안전진단·퇴화·수명예측 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회성 배터리 평가 서비스 '비원스(B.once)' 등 배터리 서비스 사업도 운영 중에 있다.
지난해 10월엔 배터리 수명 향상 기술 'Better.Re(배터.리)' 솔루션으로 배터리 업계 최초 순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사업 영역인 로봇 및 BaaS(Battery as a Service) 시장 선점도 가시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와 배터리 공급 및 기술협력을 체결, 서빙 및 물류용 자율주행로봇(AMR)에 최적화된 2170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확정 지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B-Lifecare(비-라이프케어)' 서비스를 통해선 중고차 거래 시 배터리 성능 인증서를 발급하는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사업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출원·등록 건수는 총 9만 104건으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 배터리, 고전압 구현을 위한 바이폴라 배터리, 소재 다변화를 꾀한 소듐 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저점 찍고 반등" ESS 확대·가동률 정상화 분수령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이 이번 1분기를 기점으로 적자 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2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SS 부문 매출 비중이 가시화되고 가동률 조정을 마친 북미 공장들의 효율성이 정상화되는 시점이 맞물릴 것으로 관측된다는 이유에서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ESS 배터리 판매 증가세가 가팔라짐에 따라 실적 추정치 또한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추세며 북미 ESS 시장 선점 효과와 뚜렷한 매출 증가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신규 수주 모멘텀 또한 재조명될 전망"이라며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전망이나 1분기를 저점으로 뚜렷한 분기 증익 흐름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유지웅 다음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발표된 빅테크 업체들의 2026년 AI 데이터센터향 설비 투자가 평균 두 배 가까이 증가, 중국산 ESS 수입금지 조치 입법화 발표 및 관세 확대효과에 힘입어 2027~2028년까지도 LG에너지솔루션 ESS 사업규모 확장이 뚜렷하게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영업이익의 계단식 상승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의 2026년 1분기 잠정실적은 7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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