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상속·부동산 아우르는 ‘종합자산관리’로 전환
5대銀, 초고액자산가 맞춤형 패밀리오피스 경쟁 본격
안정적 관리수익으로 전환… 비이자이익 다각화 부상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은행권 자산관리(WM) 영업의 풍경이 달라졌다. 고난도·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세무·부동산·상속·가업승계 등을 총망라하는 '초고액자산가 맞춤형 종합자산관리(패밀리오피스)'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핵심 수익 모델로 안착하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은 2024년 ELS 사태 직후부터 2년여간 추진해 온 '비상품형 WM 서비스 확대' 전략의 결실을 보고 있다. 과거 ELS 판매로 단기적인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으나 대규모 원금 손실로 인한 불완전판매 논란과 천문학적인 배상 등 후폭풍을 겪은 것이 체질 개선의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투자상품 판매 과정의 수수료 수익보다 평판 리스크와 제재 부담이 훨씬 크다는 것을 학습한 은행들은 이후 고난도 파생결합상품 판매를 대폭 축소했다. 그 빈자리는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퇴직연금과 가문 단위의 종합 자문을 통한 안정적인 관리 수수료가 채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과거에는 증시 활황기 거래대금에 의존하는 브로커리지 수익이 비이자이익의 핵심이었으나, 현재는 시장의 단기적 변동성에 덜 민감하면서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적 WM 기반이 금융지주 전체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
이에 5대 금융이 가장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는 전장은 단연 '패밀리오피스'다. 가문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세금, 부동산, 법률, 상속·증여, 가업승계 등을 한 번에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 경쟁이 한창이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이 2024년 3월 전담 F/O 솔루션팀 신설과 함께 출범했던 'KB the FIRST 패밀리오피스'를 현재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특히 코스닥협회 등과의 연계를 통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WM·ESG 컨설팅과 가문 단위 자산관리를 결합하며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 및 가업승계 부문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했다.
신한금융은 고액자산가 중심의 WM을 기업과 임직원 영역까지 확장한 선도적 사례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Premier 워크플레이스 WM'은 도입 첫해(2024년) 100여곳의 제휴를 넘긴 데 이어 올해 200곳을 돌파했다. 주식보상제도와 퇴직연금을 묶은 기업형 자산관리 플랫폼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안정적인 장기 고객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하나금융의 '하나 패밀리오피스 원 솔루션'은 은행과 증권 통합 최고 전문가 60여명의 유기적인 시너지가 돋보인다. 단순 자산 배분을 넘어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기업공개(IPO) 컨설팅 등 초고액자산가 가문이 운영하는 기업의 복합적인 비재무적 니즈까지 해결하는 하이엔드 서비스로 호평받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의 결합 시너지를 뽐내고 있다. 여의도 등에 위치한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거점으로 자산 30억원 이상 특화 채널인 '투체어스(TWO CHAIRS)' 망을 성공적으로 고도화했다. 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가문 단위 통합 자산관리를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농협금융 역시 자산 30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가문을 위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가 만개했다. 농협은행 특화점포와 NH투자증권의 강력한 연계를 바탕으로 2024년 220여개 수준이었던 서비스 이용 가문 수는 올해 꾸준히 우상향하며 그룹 차원의 비이자이익 다각화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ELS 사태는 한국 금융권이 단기 수수료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종합 패밀리오피스 모델로 진화하게 만든 뼈아프지만 긍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 기반을 확보한 현재의 WM 경쟁력이 향후 5대 금융의 중장기 밸류에이션(실적 및 주주가치)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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