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김승기 기자] 대한민국에서 통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산업을 움직이는 기반이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후 형성된 구조는 인공지능(AI)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이내찬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김승기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이 4월 8일 서울에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30주년 언론 스터디’를 열고 통신 산업의 성장 경로와 향후 방향을 공유했다.
CDMA는 하나의 주파수를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2세대(2G) 디지털 이동통신 핵심 기술로 한국은 1996년 세계 최초로 이를 상용화했다.
CDMA 상용화 30년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자리는 기술 발전을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국가 경쟁력의 연결성을 짚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내찬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CDMA를 기술 성과가 아닌 산업 전략의 결과로 해석하며 통신이 경제 성장의 기반으로 작동해온 구조를 설명했다. 그는 현재를 또 다른 전환 국면으로 규정하며 통신 인프라의 역할이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신, 공공 인프라에서 경쟁 산업으로
초기 통신 산업은 시장이 아닌 공공 인프라로 출발했다. 집전화 보급이 정책의 핵심이었고 망 구축과 단말기 공급 역시 국가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 “통신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만들어야 했던 산업”이라며 “정책과 운영을 분리하고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서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동통신이 등장하고 시장 개방 압력이 커지면서 경쟁 체제가 도입됐다.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와 SKT로의 전환은 통신 산업이 공공 영역에서 경쟁 산업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위험 선택’이 만든 산업 전환
1990년대 이동통신 시장은 아날로그 방식의 한계에 직면했다. 가입자 증가로 품질과 용량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이내찬 교수가 발표하는 장면. [사진=김승기 기자]
글로벌 시장이 시분할다중접속(TDMA)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한국은 상용화 경험이 없는 CDMA를 선택했다. 이 교수는 “검증된 기술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기술을 선택한 결정”이라고 짚었다.
CDMA는 정부, ETRI, 기업이 결합된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1996년 상용화 이후 이동통신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했고 유선전화 중심 구조를 단기간에 전환시켰다.
이 교수는 “유선전화와 차이가 없다는 초기 평가는 기술이 실제 서비스로 안착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마중물’, AI로 확장되는 구조
CDMA 이후 구축된 통신 인프라는 ICT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단말기, 반도체, 콘텐츠 산업이 연쇄적으로 성장하며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동통신 세대별 진화. [자료=SKT]
이 교수는 이를 ‘마중물’ 구조로 설명했다. 초기 투자와 정책이 산업 전체를 견인하는 기반으로 작동했다는 의미다.
그는 “통신은 독립된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시키는 기반”이라며 “CDMA는 한국을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전환시킨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CDMA 이후 형성된 산업 구조가 AI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통신이 다시 국가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통신 산업의 경쟁 축이 서비스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포함한 네트워크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통신이 산업 전반의 기반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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