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5월 4일~22일) 삼성전기의 주가는 61.05% 상승했다. 우선주 두 종목(대선전선우·계양전기우)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률로는 코스피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주가가 이달 들어 60%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 호재에 더해 자율주행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경우 광학통신, 패키지, 컴포넌트 등 전 사업 부문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달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최대 170만원까지 높여 잡기도 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5월 4일~22일) 삼성전기의 주가는 61.05% 상승했다. 우선주 두 종목(대선전선우·계양전기우)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률로는 코스피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3일(이하 종가 기준) 주가가 102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대형주)에 등극했고 22일 장중에는 136만3000원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68조5688억원에서 100조895억원으로 약 46% 증가했다.
삼성전기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 계약이 자리하고 있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일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는 달리 반도체 제조 공정(파운드리)을 사용해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얇게 제작되는 초소형 부품이다. 반도체 패키지의 면적과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소형화·고신뢰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MLCC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가속기 등 극도로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삼성전기 매출액의 13.8%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구체적인 고객사명과 주요 계약 조건은 경영상 비밀 유지 등을 이유로 2028년 12월 31일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중 한 곳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가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왔던 실리콘 커패시터의 첫 대규모 공급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AI 서버용 GPU(그래픽처리장치)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에 탑재돼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면서 기존 MLCC보다 저항(ESL·ESR)이 100배 이상 낮아 고성능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한다. MLCC에 비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고객사 인증 절차가 까다롭고 제조 비용도 비싸다. 현재까지는 일본 3대 부품사인 무라타제작소와 TDK 등 극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점유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2년 장덕현 사장 취임 이후 신사업 TF(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하고 실리콘 커패시터 지원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AI 가속기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마벨에 실리콘 커패시터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는 실리콘 커패시터 사업에서 팹리스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디자인·테스팅만 진행하면 되므로 추가적인 제조설비 투자 없이도 매출액이 크고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며 "이번 공급 계약은 삼성전기가 설계한 실리콘 커패시터를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가 생산해 북미 초대형 종합 반도체 고객의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적용하고 북미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의 NPU(신경망처리장치)에 탑재될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향후 AI 서버뿐 아니라 자율주행 시스템과 모바일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로까지 공급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객사가 요구하는 전력, 패키징 솔루션을 턴키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삼성전기의 역량이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삼성전기 리포트를 발간한 KB증권(110만원→140만원), SK증권(110만원→150만원), DB증권(105만원→160만원), 메리츠증권(102만원→160만원), 하나증권(100만원→170만원), 다올투자증권(105만원→150만원), NH투자증권(150만원→170만원) 등이 일제히 삼성전기에 대한 눈높이를 높였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경우 삼성전기는 광학통신, 패키지, 컴포넌트 사업부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삼성전기는 북미 고객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자율주행용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기판, 카메라 모듈, 전장용 MLCC를 모두 납품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자율주행용 기판은 내년 하반기 차세대 제품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칩 성능 향상에 따라 기판 역시 기존 대비 면적과 두께가 각각 약 40%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카메라 모듈도 전천후 기능, 마이크 탑재, 하이브리드 렌즈 적용 등 지속적인 사양 업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고 MLCC는 자율주행 단계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탑재량이 약 1000개씩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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