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I 투자... 하지만 성과는 ‘불투명’
클로바X·Cue 종료, ‘전략 수정’ 신호 해석
B2B 경쟁력 위한 자체 LLM 브랜드화 필요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가 인공지능(AI)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실적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으면서 ‘수익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투자 대비 매출 기여도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최근 클로바X와 생성형 검색 서비스 ‘Cue:’의 서비스 종료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네이버 AI 전략 전반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AI에 집중 투자하던 네이버... AI 기반 서비스의 종료
AI 인프라와 모델 고도화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네이버는 지난 2023년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면서 한국어 기반 LLM의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네이버는 일반 이용자를 위한 생성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와 녹음과 문서화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음성기록 서비스 클로바노트, 이용자 맞춤형 AI검색 서비스인 ‘Cue:’ 등 국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내 AI 서비스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성형 AI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GPU 확보, 데이터센터 확장, 대형언어모델(LLM) 개발 인력 확대 등 비용을 빠르게 증가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은 즉각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반면, AI로 인한 매출 증가는 별도 항목으로 분리되지 않고 기존 사업에 흡수되면서 효과가 희석된다는 점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연구개발비에 2조 2,217억 원, 인프라 투자에 1조 3,171억 원을 투입했다. 총 3조 원 규모다. 이 비용에는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개발한 LLM을 직접 구독하는 ‘구독형’이 아닌,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러한 접근은 네이버쇼핑 등의 알고리즘에 자체 AI를 적용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투자 확대는 선명하지만, 성과는 불투명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클로바X와 Cue: 서비스 종료는 네이버 AI 전략이 초기 기대만큼 시장 반응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앞서 네이버는 공지를 통해 클로바X와 Cue:의 서비스를 2026년 4월 9일부로 종료한다고 전한 바 있다. 클로바X는 네이버가 자체 LLM을 기반으로 내놓은 대표 대중형 서비스였고, Cue:는 이를 검색에 접목한 생성형 AI 서비스였다. 두 서비스 모두 네이버의 AI 기술력을 보여주는 전면에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속 운영 대신 구조 개편을 선택한 것이다.
네이버는 클로바X의 서비스 종료에 대해 “CLOVA X는 2023년 8월부터 네이버 AI 모델 HyperCLOVA X의 실험실로서 일상 속 AI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 도전해 왔다”면서 “ 2026년 4월 9일 부로 CLOVA X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며, 이제는 더 넓은 산업군에서 HyperCLOVA X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실험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Cue:’의 경우 AI브리핑으로 대체되면서, 사실상 이들 서비스 종료가 서비스 통합과 효율화 차원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한국어 기반 강점 어필했지만... AI 시장서 장악력 발휘 못해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대중용 생성형 AI 경쟁에서의 한계가 노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미 해외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가 시장조사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이 모바일 이용자 5,12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AI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는 2,293만 명이 이용한 오픈AI의 챗GPT였다. 제타는 402만 명으로 2위에, 그록( 153만 명), 퍼플렉시티(152만 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챗GPT와 그록, 퍼플렉시티의 이용자수를 합치면 통계인원의 50%에 육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서비스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클로바X는 한국어 특화 성능과 네이버 서비스 연동이라는 강점을 내세웠지만, 글로벌 모델 대비 체감 성능이나 활용 범위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범용성과 생태계 확장성 측면에서 ChatGPT, Gemini, Claude 등과 경쟁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Cue:' 역시 마찬가지다. 생성형 AI를 검색에 결합하는 시도였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검색 대비 압도적인 편의성이나 효율 개선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성형 답변의 정확도와 신뢰성 문제, 그리고 광고·검색 비즈니스와의 충돌 가능성도 서비스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네이버가 강점을 가진 ‘검색’ 영역에서조차 생성형 AI를 완전히 재편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네이버의 AI 전략이 ‘플랫폼 내재화’에 있음을 다시 보여준다. 검색, 광고, 커머스, 콘텐츠 추천 등 주요 서비스 전반에 AI를 적용하면서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있지만, 이러한 점이 새로운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심 승부처된 B2B 시장... 경쟁력 제고 필요해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AI 투자가 ‘공격’이라기보다 ‘방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검색·광고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 도입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기반 검색 고도화나 광고 효율 개선은 매출 방어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 AI의 진짜 승부처는 소비자 대상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용(B2B)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API 제공,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 그리고 네이버클라우드와 결합한 서비스 모델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아야만 반복 매출 구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공공부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 업무솔루션 제공을 확대해왔다. 지난해에는 정부부처의 행정 AX를 위한 솔루션으로 네이버웍스를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네이버의 플랫폼 중심 기조는 또 다른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B2B 서비스를 확대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높은 범용성과 문서호환성, 멀티모달 처리 능력 등에서 아직 네이버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더욱이 하이퍼클로바X의 성과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점 또한 구조적 약점으로 지목된다. 네이버는 엔터프라이즈 부문의 매출을 발표하지만, 이 중 하이퍼클로바X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하이퍼클로바X 기반 솔루션을 사용하는지 등을 직접 발표하지 않는다. 이 점은 하이퍼클로바X의 브랜딩에 장애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 LLM 서비스를 브랜드화하고 이를 활용해 시장을 확대하는 반면, 하이퍼클로바X는 플랫폼 내 서비스 적용이 강조돼 인지도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네이버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며 “하이퍼클로바X 자체만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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