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감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AI로 인한 'AI 신직군' 또한 급증하고 있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이윤서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미국 기술업계 채용 지형이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직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 홍보, 현장 투입 엔지니어, 상주 철학자, 바이브 코더, 최고AI책임자(CAIO) 같은 새로운 직군을 직접 만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러한 변화가 AI를 이유로 감원을 언급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봤다. 한쪽에서는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생성형 AI 도입과 운영, 내부 확산을 전담할 인력을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채용 공고에는 철학처럼 오래된 학문 분야부터 생성형 AI 도구 활용을 전제로 한 바이브 코딩까지,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역할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 가운데 하나는 AI 커뮤니케이션 직군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언론 대응과 생태계 확장을 함께 맡을 인재를 찾고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얼굴을 맡을 '클로드 전도사'를 채용 중이다. 미국 내 평균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연봉이 10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 수준인 반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관련 직무는 시작 연봉이 20만달러(약 3억원)를 웃돈다. 클로드 전도사 직무는 24만달러(약 3억6000만원)부터다.
고객사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엔지니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 직무는 팔란티어가 2010년대 대중화시킨 역할로, 범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대신 고객사 내부에 특화 엔지니어를 배치해 맞춤형 해법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디드(Indeed) 기준으로 2026년 1월 현장 투입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전년보다 19배가량 늘었다.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팔란티어 등이 해당 인력을 찾고 있으며, 일부 직무는 출장이 가능해야 한다. 시작 연봉은 대체로 11만5000달러(약 1억7000만원)에서 20만달러 이상이다.
사내에 AI를 확산시키는 역할도 늘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마케팅 조직에 투입돼 동료들이 '모든 업무의 기본을 AI로 구성하도록' 돕는 '현장 투입 AI 가속기'를 채용하고 있다. 박스는 사내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AI 비즈니스 자동화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이들 직무는 단순 개발 인력이라기보다 각 팀의 목표에 맞춰 AI 활용 성과를 끌어내는 역할에 가깝다. 스트라이프 해당 직무의 기본급은 13만2000달러(약 2억원)부터, 박스는 14만6500달러(약 2억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AI 윤리와 안전 분야에서는 철학 전공자의 수요가 늘었다.
앤트로픽과 구글 딥마인드(DeepMind)는 각각 상주 철학자를 두고 있으며, 두 직무 모두 AI 모델이 인간의 가치에 맞게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업무를 맡긴다. 앤트로픽은 자사 AI가 따라야 할 가치 체계를 담은 '클로드 헌법'까지 공개하고 있다. 딥마인드가 최근 채용한 AI 윤리 및 안전 분야 직무의 기본급은 21만2000달러(약 3억1900만원)에서 23만1000달러(약 3억4800만원)였다.
단기 계약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기그형 일자리도 늘고 있다.
스케일AI와 머코어 같은 기업은 AI 모델 피드백, 번역 지원, 코미디 감각 평가 등 인간이 개입하는 학습 작업을 제공하고 있다. 우버, 도어대시, 인스타워크 같은 전통 플랫폼도 집안일이나 각종 작업을 촬영한 사진·영상 업로드형 업무를 내놓고 있다. 업무 성격과 숙련도에 따라 시급은 15달러(약 2만원)에서 200달러(약 3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AI 코딩 도구 확산으로 인한 '바이브 코딩' 관련 직무도 신설됐다.
러버블은 전문 바이브 코더를 채용하고 있고, 틱톡은 코드와 AI 도구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제품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유튜브는 AI 보조 개발과 로코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 설계자를 원한다. 시작 연봉은 틱톡이 10만8000달러(약 1억6200만원), 유튜브가 14만9000달러(약 2억4200만원)다.
임원 직책 또한 재편되고 있다.
PwC는 지난 2024년 CAIO를 선임했고, 액센츄어도 같은 해 첫 CAIO를 임명했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는 2025년 수석 AI 아키텍트 직책을 만들었다. 미국 지방정부 또한 CAIO 채용에 나섰다. 글래스도어 추산에 따르면 관련 보수는 26만5000달러(약 4억원)에서 49만4000달러(약 7억4300만원)로 추산된다.
이처럼 AI 채용은 외부 고객 대상 도입 지원, 내부 업무 전환, 모델 안전성 확보, 데이터 학습, 개발 방식 변화, 경영진 역할 재편까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기업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계기로 보고 있다는 점이 채용 공고에서 드러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