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OECD 등 공동 콘퍼런스…미래 노동시장 변화 전망
금융·컨설팅·과학 등 인기 직종, AI 대체 높아…청년 숙련 저해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등 기피 직종만 늘어…산업 간 양극화 전망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로 사람이 필요한 곳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의 간극이 커지면서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일자리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 청년들은 이를 꺼리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숙련 일자리는 AI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3일 한국은행 및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의 부상과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불균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 생산연령인구는 2072년이 되면 2022년 대비 45.1% 수준으로 축소된다”며 “다만 노동시장 충격은 총량 감소보다 산업·직업·숙련 간 수급 불균형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21~2031년 산업·직업별 인력 부족 규모를 추정하고 ‘AI 노출도’를 비교 분석해 향후 노동 공급 시장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를 전망했다. AI 노출도란 AI가 노동자 대신 일을 해주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중으로, 1에 가까울수록 향후 직업이나 직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사회복지 서비스(36만6000명), 음식점·주점업(18만4000명), 전문직별 건설업(12만7000명)에서 인력이 크게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AI 노출도는 35세 미만 노동자는 0.47로 정(+)의 상관관계, 55세 이상(-0.53)에선 부(-)의 관계가 도출됐다. 청년이 많이 고용된 직업일수록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 지점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봤다. 사회복지 서비스, 음식점 등 인력 부족 문제가 심한 업종은 청년들이 진입하기를 꺼리는 일자리다.
반면 청년에게 인기가 높은 컨설팅, 통계 관리, 회계, 금융, 과학 및 공학 등 응용 분야에선 AI 노출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노동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가 아닌, 공급이 넘쳐나는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고령 근로자 대부분이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AI 노출도가 직업의 평균 교육 수준과 매우 강한 양의 상관관계인 점을 볼 때 청년, 고임금, 고숙련 근로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청년 근로자는 인적 자본을 쌓고 AI를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숙련 근로자로 성장할 기회가 박탈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고숙련 노동이 필요한 일자리의 경우 숙련이 ‘전수’돼야 하는데, AI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AI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 인력이 부족해지지만 AI가 대체할 수 있는 곳 등을 식별해 맞춤형 교육과 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더해 업종별 처우 개선, 외국 인력 도입 등 정책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요양보호사를 예로 들며 “사회적 공헌도 등을 보면 직업의 필요성, 가치가 매우 높지만 처우가 좋지 않아 현직에서 나가려는 분도 많다”면서 “처우 개선 노력을 병행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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