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AI특별위원회와 국회의원 이해민,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연 가운데 AI 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 개방된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AI G3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개방된 생태계로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그 세부적 전략에 있어서는 미묘한 온도차이도 느껴졌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관, 마이크 예(Mike Yeh) 마이크로소프트(MS) 총괄 부사장, 임기남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함재춘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이 토론에 나섰다.
사진=최진홍 기자
"AI 세력권 명확...개방형 전략 필요"
먼저 이진수 국장은 생태계라는 말을 '세력권'에 빗댔다. 이 국장은 "미국과 중국을 벤치마킹하면 생태계가 굉장히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AI 쪽에서 보면 인프라부터 모바일 플랫폼, 금융 서비스까지 일련의 생태계 구성 요소가 두 나라에서 굉장히 탄탄하게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압도적 양강 구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셈이다.
인터넷 시대의 교훈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포털 시대에 전 세계 200여 개 나라 중에 자국 포털로 성공한 나라가 거의 없다"면서 "네이버, 카카오같이 자국 서비스를 갖고 있고 여전히 국민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정도"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틈바구니에서도 자국민이 쓸 수 있는 서비스를 확보했던 한국의 경험이 AI 시대에도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대적 조건은 달라졌다. 이 국장은 "AI 시대에는 학계보다도 거대 빅테크 중심으로 혁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그 이면에는 과거와 달리 막대한 자본 투자가 수반된다"면서 "최근 10년은 소프트웨어가 이끌어가던 시대였다면 AI 시대는 하드웨어가 당장 끌고 가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의 목표 설정이다. 이 국장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소버린 AI를 얘기할 때 정부가 생각하는 목표는 세 가지 정도"라면서 "하나는 그 자체로서 기술을 고도화하는 측면이고, 두 번째는 그 기술을 바탕으로 B2C든 B2B든 공공 영역이든 확산하는 부분이며 궁극적으로는 그걸 통해서 국내 AI 생태계를 건강하고 강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델 개발이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선언인 셈이다.
안전·신뢰 문제도 규제와 거리를 뒀다. 이 국장은 "과거에 규제가 산업의 혁신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봤을 때는 이런 안전과 신뢰가 AI 분야에서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 않으면 더 나은 혁신으로 나아가는 데 오히려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시행된 AI 안전법의 주요 규제 사항도 최소 1년 이상 유예한 상태라고 말했다.
생태계를 세력권으로 정의한 후 정부 차원의 입체적 로드맵을 강조한 분위기다.
마이크 예 MS 부사장은 한국의 글로벌 전략을 가동하기 위해 개방형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AI가 앞선 범용 기술과 결정적으로 다르다는 점부터 짚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AI와 관련해 몇 차례의 혁신의 순간이 있었다"면서 "챗GPT가 나왔을 때가 그 사례이고, 두 번째는 딥시크의 순간이었으며, 세 번째는 미토스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토스와 관련해 "전기가 나왔을 때나 초고속 인터넷이 나왔을 때 과도하게 위험하다고 이야기한 주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술이 너무 강력해 공개를 보류하는 상황은 AI 시대의 고유한 풍경이라는 얘기다.
한국 AI 수준은 높게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더 키우려면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생산성 측면에서 강력한 동력을 가진 MS와의 협력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당장 MS는 KT와 한국어·한국 문화에 최적화된 LLM 개발, AX 전문기업 공동 설립, AX 이노베이션 센터 운영, 그리고 MS 소버린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Secure Public Cloud 개발까지 협력하는 등 한국과의 AX 협력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애저 오픈AI 기반 쇼핑 큐레이션 '헤이디(HEYDI)'를 통해 월 9000건 규모의 사용량을 8만 건으로 9배 늘렸고 LG전자는 스마트홈 로봇 'Q9'에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얹어 음성 합성과 공감형 대화를 구현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 현장의 엔지니어링 자료 검색·분석·보고서 작성 업무에 애저 생성형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AI 뷰티 카운슬러', 연세의료원은 임상 현장의 반복 업무 경감을 위한 의료 AI 개발을 MS와 함께 밀고 있고 현대오토에버는 깃허브 코파일럿을 통해 개발자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한편 AI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미토스 사태를 두고는 되레 기회로 읽었다. 그는 "미토스 관련 사건은 한국에게 오히려 기회"라면서 "여러 기고문을 살펴보면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이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 존재하는 인프라를 어떻게 더 현대화하고 AI에 대한 준비 태세를 강화시키느냐가 바로 핵심적인 콜 투 액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토스가 등장하면서 일각에서는 유사한 모델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이런 것을 만들자는 식이지만, 즉각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은 새로운 미토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미토스를 활용해 이미 존재하는 인프라의 보안을 강화하고 그 인프라를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 만들기보다 활용하기가 먼저라는 처방이다.
"좋은 AI는 좋은 데이터에서 나온다…국방 데이터 개방도 풀어야"
개방형 AI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은 정해졌다. 다만 국내 기업 시각은 결이 다르다. 내외부에 대한 고민도 있으나, 데이터의 개방 및 폐쇄 문제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로 임기남 네이버클라우드 상무는 데이터·인프라·모델 세 축으로 문제를 쪼갰다. 임 상무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데이터에 대한 문제"라면서 "기술적인 요소, 어떻게 개발할지, 코딩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보다는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임 상무는 나아가 "의료 쪽 데이터가 기존에는 굉장한 화두였는데 현재는 심평원이나 대형 병원이 데이터를 많이 개방했고 마이데이터에도 많이 오픈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방되지 않고 액세스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국방과 같은 폐쇄적인 환경의 데이터는 여전히 구하거나 액세스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외 이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먼저 전력 문제에 대해선 "GPU 서버 자체가 워낙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이 되는 전력 비용이 낮아져야 GPU 서비스의 위험도 낮아지고 AI 생태계 활성화의 기본이 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허가 간소화가 논의되는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의 상임위 통과에 대해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모델 경쟁 구도에 대해선 양다리 전략을 제시했다. 임 상무는 "오픈소스 모델이냐 독점 모델이냐 하는 경쟁 구도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오픈 생태계 모델과 자체적인 독점 모델을 병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함재춘 한국인공지능클라우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현실론을 폈다. 개방형 AI 생태계의 경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함 사무국장은 "개방형을 지금 하기에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MS 애저에서 돌아가는 AI 서비스가 네이버클라우드로 옮겨도 동일하게 구동될 수 있는 상호 운용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오픈 API의 표준화와 개방형 플랫폼이 파편화되지 않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 맞다"고 진단했다.
가장 날선 발언은 조달 문제였다. 함 사무국장은 "AI 기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이 어디인지 묻고 싶다"면서 "통신사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사인지, 플랫폼 기반의 네이버인지, 기술적으로 알려진 국내 기업을 꼽으라면 솔트룩스 등 몇 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마중물, 즉 단순 바우처 지원이 아니라 실제 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라면서 "국내 AI 서비스를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야 국내 기업의 재투자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세제와 입법 측면에서도 빈틈이 지적됐다. 함 사무국장은 "AI는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돼 R&D 투자 세액 공제가 확대되고 있지만 클라우드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AI 강국으로 가려면 클라우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돼 세액 공제와 직접 환급제가 함께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자정부법과 클라우드 발전법상 클라우드 활용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 대해서도 "지금의 권고보다 상향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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