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전 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금융, 반도체, 콘텐츠, 공공 서비스까지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AI 내재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카카오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카카오톡 기반 ‘AI 국민비서’를 선보이며 공공 서비스 영역까지 AI 적용을 확대했다. 별도 앱 없이 대화창에서 전자증명서 발급이나 공공시설 예약이 가능한 구조로, 행정 절차 자체를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공공 서비스가 ‘시스템’이 아니라 대화형 AI로 작동하는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도 AI는 업무 효율화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하나은행은 기업 신용평가 심사의견을 생성형 AI로 자동 작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30분 걸리던 업무를 10초 수준으로 줄였다. 연간 약 2만7000시간의 업무 절감이 예상되며, AI가 단순 보조를 넘어 핵심 업무를 대체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다. 네이버와 SBS는 AI 기반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커머스를 결합하는 협력에 나섰다. 웹툰·영상·커머스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고, AI를 통해 제작과 유통 전반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AI를 활용해 제작 효율과 글로벌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LG CNS가 덱스메이트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트레이닝 시키는 모습
AI는 이제 물리적 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LG CNS는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로봇 하드웨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운영 플랫폼을 결합한 ‘풀스택 RX 서비스’를 통해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로봇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와 제조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검증도 진행 중으로, AI가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노동까지 확장되는 ‘피지컬 AI’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AI 인프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AMD는 차세대 AI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기술 협력을 확대하며, 고성능 HBM4 공급과 플랫폼 통합을 추진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연산 인프라이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협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각 산업의 움직임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방향은 같다. AI를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업무·서비스·제품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이 선택이었다면, AI 전환은 이제 생존 조건에 가까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AI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전기·인터넷처럼 깔리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공공 서비스, 금융 심사, 콘텐츠 제작, 반도체까지 이어지는 변화는 AI가 산업 전반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경쟁의 핵심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게 내재화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AI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고 활용하는 기업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 구조 재편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사진=LG CNS
박주범 기자 kdf@kdfnews.com
박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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