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가 진화시킨 로봇, 반으로 잘려도 살아남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몇 분 만에 구조를 진화시키는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을... 설계에는 인간이 아닌 AI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다. 연구팀은 AI에 모듈이라는 부품과 "가장 효과적으로 이동하라"는...

AI가 진화시킨 로봇, 반으로 잘려도 살아남는다

美 노스웨스턴대, 모듈형 '메타머신' 개발

AI 진화 알고리즘으로 레고처럼 조립·분리

각 모듈, 배터리·모터·컴퓨터 갖춘 독립 로봇

험지 주파·부상 회복…기술 수준은 초기 단계

[초이스경제 고계연 기자] 특정 환경에 맞춰 설계된 기존 로봇과 달리, 스스로 재구성하고 이동 방식을 바꾸는 적응형 로봇이 등장했다.

21일(현지시간) 미 과학기술 매체 뉴어틀라스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몇 분 만에 구조를 진화시키는 모듈형 로봇 '레그드 메타머신(legged metamachine)'을 개발했다. 예측되지 않은 상황에 취약했던 기존 로봇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레그드 메타머신은 레고 블록처럼 서로 맞물려 결합하는 자율 모듈로 구성된다. 각 모듈은 배터리·모터·컴퓨터를 갖춘 독립 로봇으로, 중앙 구체에 단일 축을 따라 회전하는 두 개의 팔(다리)이 연결된 단순한 구조다. 모듈 하나만으로도 구르거나 점프할 수 있으며, 여러 개가 결합되면 내부 컴퓨터 간 교신을 통해 점프·기어오르기·구불거리기 등 다양하면서도 효과적인 움직임을 구현한다.

메타머신은 기존 로봇이 각 관절마다 개별적인 모터를 필요로 했던 것과 차별화돼 눈길을 끈다.

설계에는 인간이 아닌 AI가 주도적으로 개입했다. 연구팀은 AI에 모듈이라는 부품과 "가장 효과적으로 이동하라"는 목표만 제시했다. AI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안에서 수천 가지 배치를 생성하고, 각각을 극한 가상 환경에서 테스트한 뒤 우수한 설계는 남기고 열등한 것은 도태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연구를 이끈 바이오로봇공학 전문가 샘 크리그먼은 발표 자료에서 "컴퓨터 안에서 진화를 거친 뒤 야외에서 첫발을 내디딘 최초의 로봇"이라며 "조립 즉시 달리기 시작하고, 다른 야외 로봇에게는 치명적인 큰 부상에서도 쉽게 회복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AI가 선별한 최종 설계를 실제로 조립해 잔디·자갈·진흙 등 다양한 험지에서 야외 시험을 진행했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부품이 파손돼도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상의 파괴 불가능성이다. 다리 하나를 잃어도 나머지 모듈이 적응해 계속 이동하고, 반으로 잘리거나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도 각 모듈이 독립 에이전트로 작동을 이어간다.

다만 현재 기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외부 감지 센서가 없어 장애물을 인식하거나 주변 환경을 매핑하지 못하고, 목표 지점이나 위치를 이해하는 능력도 없다. 움직임 역시 적응성과 회복력에 초점을 맞춘 탓에 다소 느리고 어색하다. 현재 로봇의 '지능'은 자신의 방향과 모듈 간 위치를 파악하는 내향적 인식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의 의의는 유용성보다 로봇공학의 사고방식 전환에 있다. 연구팀은 AI 기반 진화 로봇공학을 통해 해당 기술이 단순 보행을 넘어 감지·이동·연산·학습을 통합하는 차세대 현장 로봇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초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