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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가 뺏지 못하는 일자리,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과거 학교에서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회사의 한국 대표를 AI 산업 특강으로 모셨을 때의 일이다. 그 CEO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4학년 대학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코딩 업무는 이미 사람이 아니라 AI가 한다는 것이었다.

AI가 뺏지 못하는 일자리,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한국농어민신문]

AI가 야기한 취업·진로 불안 속에서

농업에 관심 갖는 학생들 조금씩 늘어

청년 초대하는 새로운 방식 고민할 때

“대체 무엇을 공부해야 취업할 수 있나요?”

과거 학교에서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회사의 한국 대표를 AI 산업 특강으로 모셨을 때의 일이다. 그 CEO는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는 4학년 대학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코딩 업무는 이미 사람이 아니라 AI가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교 4년 내내 코딩만 공부를 했는데 그 지식이 쓸모없어졌다는 뜻이었다.

한 학생이 물었다. “그럼 저희는 대체 무엇을 공부해야 취업할 수 있나요?” 그 CEO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대학 때 소프트웨어 코딩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CEO가 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영업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영업을 공부하면 됩니다.” 그 말을 듣던 공대 4학년 학생들의 황당한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군대까지 다녀온 학생이라면 6년 가까운 코딩 공부 노력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그 어려운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청년들의 70%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했다. 변호사가 되어도 취업이 거의 안 된다고 한다. AI가 신입 회계사, 신입 변호사를 대체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동향은 통계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청년 취업자 수는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도 심각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가 인구감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과거에는 회계사, 변호사 자격증만 따면 평생이 보장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묻는다. “대체 어디로 취업을 준비해야 AI에게 쫓겨나지 않을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AI가 야기한 취업과 진로 불안 속에서 학생들이 농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5~6년 전부터 농업과 농산물 유통을 묻는 학생들이 조금씩 늘었는데, 최근에는 그 빈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AI로 진로가 흔들려버린 IT 전공 학생들이 많이 물어온다.

이유는 분명하다. 농업은 AI가 도와줄 수는 있어도, 사람이 AI로 완전히 대체되기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농사는 책상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농업인을 밀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농업인의 능력을 키워주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의 힘만 있다면 100세까지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 그것이 바로 농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 청년들에게 농업의 가능성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보인다. 요즘 청년들이 기존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직장의 안정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직업뿐만 아니라 회계사, 변호사마저 AI에 쫓겨나는 모습을 보았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평생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서울에서 집을 사고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사는 길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은 AI를 아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설계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생산, 유통, 브랜드, 콘텐츠, 관광, 체험, 지역창업을 AI로 잘 결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청년을 농업으로 초대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무조건 “농사부터 배워라”라고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생산은 농업의 기본이다. 그러나 청년이 성공적으로 농업에 정착하려면 생산보다 온라인 유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무엇을 팔 수 있는지 모른 채 생산부터 시작하면 가격 폭락과 재고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반대로 온라인 유통을 먼저 알면 소비자가 어떤 농산물을 원하는지, 어떤 가격을 받아들이는지, 어떤 포장과 이야기에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알게 된다. 남의 상품만 팔아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온라인 유통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상품이 없으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유통을 하던 청년은 결국 나만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많은 유통업체들이 결국 생산에 직접 관여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이 기회다. AI 시대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청년들에게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농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 길은 온라인 유통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출발점으로 가장 좋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지금의 혼란에 빠진 청년들에게 AI 시대 농업의 가능성을 알리고, 그들을 농업으로 초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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