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인공지능(AI)이 제조업을 넘어 건설업의 ‘마지막 아날로그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설계·시공·감리·유지관리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되면서, 노동집약 산업의 상징이던 건설업이 ‘기술집약 산업’으로 급속 전환되는 흐름이다. AI 도입은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는 진단도 주목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분석해 AI가 건설산업을 어떻게 뒤흔들고 있는지 ▲일자리
▲공정
▲기업 ▲시장 ▲제도 5개 측면에서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스마트 건설·안전·AI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 건설 안전 통합관제시스템을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제는 현장에서 짓기 전에, 이미 한 번 다 지어봅니다.”
건설업의 오랜 숙제였던 ‘불확실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공사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은 이제 ‘먼저 짓고 나중에 짓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트윈이 있다. 현실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축해 시공 전 모든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설계 오류는 사전에 제거되고, 공정 간 충돌은 미리 차단되며, 비용 초과 요인 역시 착공 전에 걸러진다.
과거 건설은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산업’이었다면, AI 시대 건설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현장 변화는 이미 주요 건설사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GS건설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작업 순서를 최적화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디지털 기반 시공 관리 시스템을 통해 공기 단축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AI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드론과 영상 AI를 결합해 품질과 공정을 동시에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그래픽=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해외에서도 흐름은 같다.
오토데스크(Autodesk)는 AI 기반 설계 자동화 솔루션으로 설계 오류를 줄이고 있으며, 트림블(Trimble)은 현장 데이터를 통합해 시공 정확도를 높이는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안전’을 꼽았다. 과거에는 사고 발생 이후 원인을 규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센서와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예측한다.
보고서는 이를 “사후 대응형 안전에서 사전 예측형 안전으로의 전환” 이라고 짚었다.
품질 관리 역시 달라지고 있다. 시공 이후 검사 중심에서 벗어나, 시공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품질 이상을 감지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결국 공기 지연, 비용 초과, 안전 사고라는 건설업의 ‘3대 리스크’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다. 보고서는 이 변화를 '생산성 혁명’으로 규정했다.
특히 변화의 핵심은 유지관리 단계에 있다.
시몬스(Siemens) 등 글로벌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설비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AI는 건물의 균열, 노후화, 구조 변형 등을 사전에 예측하며, 이는 건설업을 ‘완공 중심 산업’에서 ‘운영 중심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은 더 이상 완공으로 끝나는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하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쟁력의 기준이 이미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혜란 건축사는 “과거 건설 경쟁력은 시공 능력과 인력, 경험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예측 능력으로 이동했다”며 “AI는 건설을 ‘경험 산업’에서 ‘예측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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