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진 AI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은 드물다. AI를 구조조정 명분으로 삼는 기업이 있지만, 부분적으론 ‘AI 워싱’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유는 사업 환경이 나빠지거나 다른 경영상 판단이 있어서지만, AI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 그렇게 말하면 회사가 기술적으로 앞서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의 CEO 잭 도시는 임직원 1만 명 중 4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히면서 “AI 도구를 쓰면 훨씬 작은 팀으로도 더 많은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인력을 세 배 늘렸다. 업계에선 이들이 비대해진 조직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금껏 등장한 모든 기술은, 자신이 파괴한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AI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기계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핵심 능력인 ‘지능’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세대가 무엇을 익혀야 하느냐는 질문도 어렵다. 과거 기술들이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그 새로운 일자리가 무엇일지는 항상 예측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SNS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앤트로픽 연구진이 AI로 사라질 일자리를 예측했다. 이 회사 이코노미스트 맥심 마센코프(Maxim Massenkoff)와 피터 매크로리(Peter McCrory)는 지난 5일 낸 연구 보고서 ‘노동시장에 AI가 끼치는 영향(Labor market impacts of AI: A new measure and early evidence)’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AI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AI의 영향이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보여주는 그래프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각 직업에서 ‘이론적으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선별한 다음, 이중 ‘현재 업무에서 AI로 대체된 정도’를 측정했다. 전자를 분모, 후자를 분자로 두고 수치를 계산한 것. 그리고 이 수치를 ‘관찰된 노출’(observed exposure)이란 용어로 정의했다. 자사 AI 모델 ‘클로드’ 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화 정도를 파악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수학 분야에서는 이론적으로 업무의 94%를 자동화할 수 있지만, 현재 이 분야에서 자동화된 업무는 33%였다. 사무행정 분야는 이론적으로 90%를 자동화할 수 있고, 실제 자동화된 정도는 40%였다. 그나마 이 분야들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이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여지, 실제 자동화된 정도가 모두 높았다.
생명과학이나 사회과학, 의료 분야에서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준에 비해 실제 자동화 수준은 낮았다.
또 건설이나 농업처럼 이론적으로도 자동화 여지가 적은 분야는 실제 자동화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을 세분화하면 수치는 더 높아진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경우 ‘관찰된 노출’은 75%였다. 이론적으로 자동화 가능한 여지가 많고, 실제로도 그렇단 뜻이다.
앤트로픽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직업별 고용 증가 전망과 비교했다. 그 결과 ‘관찰된 노출’ 수치가 높은 분야, 직업일수록 고용 증가 전망이 낮은 경향이 실제로 있었다고 밝혔다.
격차는 얼마나 빨리 좁혀질까?
이제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분모와 분자의 격차, 다시 말해 이론적으로 대체 가능한 정도와 실제 정도의 격차는 얼마나 빠르게 줄어들까?
직업마다 다를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적용된 자동화 수준이 향후 12~18개월 안에 모든 지식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앤트로픽 연구진 역시 지금까지는 AI 노출이 가장 높은 분야에서도 실제 고용 감소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실제 자동화가 느리게 이뤄지는 이유로 법적 제약, 특정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인간 검증 단계 등을 꼽았다.
또 AI 영향은 인구 집단별로도 균등하지 않았다. AI에 노출된 직종에는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 또 백인이나 아시아계 비율이 높고,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도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이런 집단은 정치적으로 조직화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만약 이들에게서 대규모 일자리 손실이 발생한다면 AI 도입 속도를 늦추는 정치적 반발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직업 변화 예측의 어려움도 보고서에서 밝혔다. 지금까지 학계 예측이 맞았던 전례가 거의 없었다는 것. 과거 연구에서는 미국 일자리의 약 25%가 해외 이전에 취약하다고 했지만, 10년 후 그 대부분의 직종은 여전히 고용이 늘었다. 미국 정부의 전망 역시 방향은 맞았지만, 구체적인 예측치는 정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나는 직장을 잃을까?” 그리고 “아이들은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솔직한 답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모른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모른다.”
Jeremy Kahn, 문상덕 기자 mosadu@fortunekorea.co.kr
다음은 AI 관련 주요 뉴스다.
앤트로픽, 공급망 위험 지정 문제로 펜타곤 소송
앤트로픽은 미 국방부가 실제 근거가 아니라 정치적·이념적 이유로 자사를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 리스트에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정은 사실상 연방정부 계약을 막는 조치다.
외부 법률 전문가들은 앤트로픽의 소송이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연방 판사는 오늘 해당 지정의 효력을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 심리를 진행했다.
구글의 수석 과학자 제프 딘 등 AI 업계 인사들은 앤트로픽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냈다.
소송 문서에서 드러난 앤트로픽 재무 상황
앤트로픽은 법원에 낸 문서에서 이 조치로 인해 2026년에 기대했던 수억 달러 규모의 국방 관련 매출이 위협받고 있으며, 파트너들이 계약을 끊으면 수십억 달러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음과 같은 재무 정보도 공개됐습니다. ▲2023년 상업 제품 출시 이후 누적 매출: 50억 달러 이상, ▲모델 학습 및 배포에 사용한 비용: 100억 달러 이상, ▲현재까지 심각한 적자 상태.
이미 수천만 달러 규모 계약이 흔들리고 있으며, 연 5억 달러 규모 공공부문 매출도 위험에 처했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美 정부, 모든 첨단 AI 칩 수출에 허가제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같은 기업의 첨단 AI 칩 수출을 거의 전면적으로 허가 대상에 포함하는 규정을 준비 중이다. AI 데이터센터 규모에 따라 심사 강도가 달라질 예정이다. 소규모 구매는 간단한 검토로 끝나지만, 초대형 AI 클러스터는 정부 간 협정, 안보 약속, 미국 투자 요구 등을 전제로 해야 할 수 있다.
이 규정이 시행되면 현재 약 40개국에 적용되는 수출 통제를 훨씬 확대하는 것이다.
얀 르쿤 스타트업, 10억 달러 시드 투자 유치
메타 전 수석 AI 과학자 얀 르쿤은 AMI Labs라는 스타트업을 통해 10억 3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35억 달러입니다.
이 회사는 텍스트 중심 LLM이 아니라 영상과 공간 데이터를 학습하는 ‘월드 모델’ AI 개발을 목표로 한다.
주요 투자자로는 베조스 익스페디션(Bezos Expeditions), 테마섹(Temasek), 캐세이 이노베이션(Cathay Innovation), SBVA, 엔비디아 등이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