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환경 변화…공격 자동화에 대응 전략 재정립 필요”
해킹 관련 CG.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해킹 도구의 무기화 속도가 1년 만에 10배 이상 빨라지며 사이버 공격과 방어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wC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 글로벌 사이버 위협 리포트’에 따르면 AI 기반 해킹 도구는 취약점 탐지부터 공격 실행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공격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사이버 전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변화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특정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발견한 뒤 이를 실제 공격 코드로 구현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나 최신 AI 모델은 이 과정을 15분 내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이 현실화되기까지의 ‘무기화 전환 시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방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동일하게 축소됐다는 의미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시나리오로 ‘공급망 공격’이 지목된다. 대기업이 높은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협력사를 경유한 공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AI 공격 봇은 수분 내 협력사의 취약 서버를 장악한 뒤, 본사로 전달되는 정기 업데이트 파일에 악성 코드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침투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시스템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15분 수준으로 단축됐다.
공격 방식 자체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PwC는 현재 사이버 위협이 ‘공격 자동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AI가 취약점 탐지, 분석, 코드 생성, 실행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취약점이 발견되는 즉시 공격이 이어지고, 동일한 공격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처럼 취약점을 발견한 뒤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방어가 어려워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해킹의 민주화’로 해석한다. 과거 수십 명의 전문 해커가 필요했던 고난도 공격이 이제는 저렴한 AI 도구를 통해 개인 단위에서도 실행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50달러(약 7만원) 수준의 비용만으로도 고도화된 공격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공격 주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PwC 조사에 따르면 기업 보안 담당자의 88%는 현재의 인력 중심 보안 시스템으로는 AI 기반 자동화 공격을 방어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사람이 로그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사이, AI는 이미 다수의 공격을 시도하고 흔적을 최소화한 채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
단 하나의 취약점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IT 보안 문제를 넘어 기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로 평가된다.
PwC는 대응 전략으로 보안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핵심은 속도와 자동화다. 공격이 자동화된 환경에서는 방어 역시 자동화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구체적으로는 취약점 발견 즉시 AI가 코드를 수정하는 ‘실시간 자율 패치’, 모든 접근을 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 기업 간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 거버넌스’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wC는 “사이버 보안의 역사가 AI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며 “대응 속도를 확보하지 못한 조직은 점차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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