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모리 신화 과잉홍보, D램 쏠림 원인
가장 중요한 국면서 내부 충돌 구조 고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노조가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하라는 요구를 제기하며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과거 성과급이 임금 보완 수단에 머물렀다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거치며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되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노사 갈등에 주주 기대까지 결합되며 충돌이 복합적으로 확대됐다. D램 수익은 유지되고 있으나, AI 반도체 성장 동력이 HBM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 속에서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회장 강원 세종대학교 교수)는 성명을 통해 성과급 갈등이 기업 잔여이익을 둘러싼 분배 구조 변화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회는 최근 반도체와 제조업 주요 기업 사례를 종합해 성과급 논쟁이 임금 협상을 넘어 이익 배분 구조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지급 기준으로 설정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SK하이닉스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상한이 해제되며 지급 규모가 확대됐고, 현대자동차에서도 순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등장했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 시작된 요구가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법체계에서 직원은 근로계약에 따른 확정적 청구권을 가지는 채권자다. 반면 주주는 비용과 채무가 충족된 이후 잔여이익을 가져가는 잔여청구권자로 규정된다.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채권자, 정부, 주주의 수익원으로 배분되며, 손실 발생 시 부담은 주주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D램이 낸 실적, HBM이 끌어당긴 기대
성과급은 임금인가, 이익 선분배인가?
다만 현재 국면은 D램 호황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약 57조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한 상황이다. 성과급 요구는 ‘손실 회피’가 아니라 ‘이익 분배 비율’을 둘러싼 충돌 성격이 짙다. 이익이 발생하는 구간에서는 노조의 연동 요구가 사실상 선(先)배분 구조로 작동하며, 잔여청구권자인 주주의 몫을 압박하는 역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주 기대를 자극한 과잉홍보도 충돌 구조를 키웠다.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 대비 기술 격차를 충분히 좁히지 못했음에도 시장 지배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제품 양산 능력과 수율에 대한 검증보다 ‘최초’ ‘최대’ ‘업계 최고’와 같은 수사가 앞서며 K-메모리 신화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AI칩 지정학] ⑤ K-메모리를 연산 문명 변방으로 밀어낸 HBM의 배신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반도체 제조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삼성전자의 실적 기반은 여전히 D램이다. HBM 중심으로 생산 재배치가 진행되며 범용 D램 공급이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가격 상승 압력이 형성되며 이익은 오히려 D램에서 확대되는 흐름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HBM과, 초대형 모델의 파라미터를 저장·유지하는 eSSD 및 컨트럴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축은 여전히 D램에 머물러 있는 비대칭 구조다. 이 구간에서 발생한 이익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축적되는 것이 맞다.
결국 삼성전자의 현재 상황은 실제 이익이 AI 핵심 부품이 아닌 D램에서 창출되고 있음에도, HBM 서사를 통해 부풀려진 기대가 성과급 요구와 주주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며 투자 재원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강원 회장은 “성과급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잔여이익을 둘러싼 노조와 소액주주 간 분배 충돌”이라며 “이익은 공유하되 손실은 부담하지 않는 비대칭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구조
=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인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하는 방식이다.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상이 결정되며, 기존 고정 급여와는 별도로 작동하는 변동 보상 체계다. 쉽게 말해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이 늘고, 나쁘면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회사 이익이라는 동일한 풀 안에서 노동 보상과 자본 수익이 함께 나뉘는 구조로 재편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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