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걸 편집위원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병력과 화력만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그리고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는 시대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에서 드러난 'AI 전쟁'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00여개의 인공위성이 표적을 식별해 공격을 하는 미국의 '팔란티어 프로그램', 건물과 장비를 탐색하는 이스라엘의 AI '가스펠'과 3만 7000여명의 정보를 담은 '라벤더' 등 AI가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수천개의 인공위성이 표적을 식별하고, AI가 공격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드론과 정밀 타격 무기가 이를 실행하는 구조다. 전쟁은 인간의 손을 떠나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새 전쟁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했듯, 드론은 '게임 체인저'다. 수백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무기를 무력화한다. 병사가 아닌 조종사가, 전장이 아닌 화면 앞에서 전투를 수행한다. 북한군이 이 전쟁에 러시아 용병 형태로 참여하며 드론 전술을 학습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경고다. 한반도 역시 이 새로운 전쟁의 시험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국내에서 운용되는 드론의 약 90%가 중국산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위기다. 더 심각한 것은 '국산'이라 불리는 제품조차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모터, 센서 등 주요 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유사시 작동을 장담할 수 없다. 하늘을 나는 감시 장비가 곧 정보 수집 장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취약점이다.
드론은 더 이상 취미용 기기가 아니다. 실종자 수색과 재난 대응을 넘어 군사 정찰과 타격까지 수행하는 '소형 공군력'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드론을 방산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게 하고 있다. 심지어 한때 논란 속에 드론사령부가 해체되면서 통합적인 운용 체계마저 흔들렸다.
세계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속에서 200개 이상 드론 기업을 키워냈고, 국민까지 드론 전력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AI와 결합한 '킬체인'을 완성해가고 있다.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드론쇼'에 각국 군 관계자들이 몰린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드론은 이제 국방력의 척도다.
드론 자주국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해체된 드론사령부를 대체할 통합 지휘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육·해·공군과 정보기관, 경찰까지 아우르는 통합 운용이 필요하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국가 전략 사업으로 격상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장기 투자와 집중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중국 의존 구조는 결코 깨지지 않는다. 민간 기술과 군사 수요를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드론은 민군 겸용 기술의 대표 분야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제제에서 자강(自强)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된다.
전쟁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전쟁은 더 정교하고, 더 비인간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대국이 AI와 드론으로 무장한 시대에, 자주국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지금 우리의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이 누구의 기술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 일, 그것이 곧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를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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