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야 테크놀로지 누리집 갈무리
‘1조4천억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꼴찌’인 대만 난야 테크놀로지가 올해 1분기(1~3월)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이다. 방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코스피 시가총액 7위권으로 뛰어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분기 영업이익(8천억원대)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의 ‘낙수효과’가 구형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14일 난야의 실적을 보면,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301억1천만대만달러(1조4천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54.3% 수직 상승했다. 1분기 매출액은 490억9천만대만달러(2조3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82.9%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1442.8% 증가한 260억6천만대만달러(1조2천억원)를 기록했다. 앞서 2023년과 2024년 2년 동안 메모리 불황 여파로 누적 영업적자 1조2천억원가량을 기록했으나, 올해 단 한 분기 만에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영업흑자를 낸 셈이다.
난야는 컴퓨터·서버 등에 들어가는 범용 디램(DDR4)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최하위권 기업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난야의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디램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과점 체제를 구축한 ‘메모리 3사’는 물론, 4위인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점유율(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난야의 실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의 개선 흐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불붙인 메모리 수급난의 여파가 범용 디램 시장까지 급격히 번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컴퓨터용 범용 디램(DDR4 8Gb)의 고정 가격(기업 간 거래가격)은 지난달 31일 기준 평균 13.0달러로 1년 전(1.35달러)보다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난야는 올해 2분기(4~6월)에도 1분기 대비 수십퍼센트 수준의 디램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선 최근 메모리 시장의 주요 화두가 두루 언급되며 눈길을 끌었다. 페이잉 리 난야 사장은 중동 사태로 인한 헬륨·브롬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 필수 소재의 수급 우려를 묻는 말에 “헬륨은 중동 이외 지역에서도 구할 수 있어서 당장의 공급 부족 문제는 없다”면서도 “가격은 확실히 오르고 있다”고 답했다.
난야 테크놀로지 누리집 갈무리
이 자리에서는 임직원 ‘특별 보너스’도 화두에 올랐다. 역대급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으로 정작 배당 등을 통한 주주들의 몫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회사 쪽은 이에 “직원들과 보너스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신규 공장 건설과 미래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당 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사업의 천문학적 이익을 둘러싼 노사와 주주 간 줄다리기가 국내 반도체 기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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