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9.7조원 조달… 美보다 많아
글로벌 IPO 자금 3분의 1 홍콩으로
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이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홍콩 센트럴 지구에서 행셍지수(Hang Seng Index)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금융정보업체 딜로직과 영국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홍콩에서 IPO와 추가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은 130억 달러(약 19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대치로, 같은 기간 나스닥·뉴욕증권거래소와 최근 급부상한 인도 봄베이증권거래소 등을 모두 앞선 수치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IPO 조달액이 약 40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전 세계 투자 자금의 3분의 1 이상이 홍콩으로 쏠린 셈이다.
홍콩에 상장한 기업들의 성과도 두드러졌다. 올해 상장한 중국의 대표적 AI 기업 ‘즈푸(Zhipu)’와 ‘미니맥스(MiniMax)’는 IPO를 통해 13억 달러를 끌어모은 데 이어 상장 직후 주가가 400% 이상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딥시크(DeepSeek)’가 촉발한 중국발 AI 열풍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슨 루이 BNP 파리바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 책임자는 “작년에는 대형 기술주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AI 연구소나 AI 하드웨어 기업 등 ‘순수 AI 플레이어’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홍콩 IPO 시장에서는 반도체·AI 관련 기업이 중심을 이뤘다.
홍콩이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홍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024년 이후 배터리 기업 CATL 등 주요 기업들이 홍콩에서 2차 상장을 진행했다. 농업기업 무위안식품, 편의점 체인 ‘바쁜밍’ 등 다양한 업종 기업도 상장에 나서며 산업군 역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FT에 따르면 현재 홍콩 증시에는 4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이런 호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부 중국 기술기업은 상하이나 선전 증시로 회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토 상장은 여전히 규제가 까다롭지만,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빠르게 심사를 통과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AI·양자컴퓨팅·신경기술 기업들이 상하이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규제 강화도 변수다. 최근 홍콩 거래소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부실한 공시를 제출한 기업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IPO 열기를 유지하면서도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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