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102호 안병목선생이 수강생들을 상대로 기초 배첩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김요섭기자
“100년이 훨씬 넘어 선명하지 않던 교지가 생생하게 부활되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29일 오후 파주시 탄현면 안병목지류문화연구소. 이곳에서 가보로 물려받은 고종 교지(왕의 명령)를 재생 의뢰한 김선동씨(84)는 중요무형문화재 102호 안병목 선생의 배첩(褙貼) 작업에 혀를 내둘렀다. 흐릿하고 너덜너덜했던 교지가 지금 인쇄한 듯한 모습으로 복원됐기 때문이다. 배첩작업은 낡거나 훼손된 병풍, 서첩 등을 원형애 가깝게 복원하는 고도의 기능 과정이다.
이날 안 선생의 배첩작업을 지켜본 수강생 10여명도 그저 신기하듯 연신 감탄사만 연발했다.
국내 몇 안 되는 배첩무형문화재인 안 선생은 평생 고문서, 오래된 행정 관련 자료 등을 복원해 왔다. 주요 고객은 국립박물관뿐아니라 종갓집 문서, 전직 관료들의 기안문서 등을 의뢰받아 옛모습을 살리며 현대 감각에 맞게 복원해줘 이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
파주문화원 문화학교 기초 배첩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박재홍원장(오른쪽4번째), 중요무형문화재 102호 안병목선생(오른쪽 6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요섭기자
박재홍 파주문화원장은 “이런 배첩 과정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래서 삼고초려해 문체부 지정 파주문화원 문화학교에 안 선생을 강사로 위촉해 배첩 기초과정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부터 11월까지 약 9개월간 진행되는 기초 배첩과정 이수 후에는 국가 배첩기능사시험에도 도전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첫 수강생들은 글씨 작가, 금석학자 및 가보를 복원하고픈 수강생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참여했다.
수강생 원숙경 글씨작가는 “배첩과 글씨는 동일한 창작 작업”이라며 “처음 수강 이후 며칠째 물뿌리기만 하는 등 단계마다 녹록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연습작이 생생하게 재현될 때 환상적이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안병목 선생은 “모든 과정은 기초가 튼튼해야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을 알게돼 복원 대상물이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다”며 “힘든 만큼 큰 보람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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