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자연과 공생하며 창의성 키워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광주서 강연
생산성 좇다 다양성 잃은 문명이 기후위기·팬데믹 불러
“‘호모 심비우스’로 거듭나서 지속가능한 환경 물려줘야”
2026년 09월 29일(화) 19:30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가장 빠르게 획일화한 존재이기도 하다. 농경 이전부터 개와 고양이를 길렀던 인간은 오늘날 원하는 형질을 가진 동물만 선택해 기르고, 논밭에는 특정 품종의 작물을 빼곡하게 심는다. 자연이 끊임없이 다양성을 넓혀가는 동안 인간은 오히려 생태계의 다양성을 줄여온 셈이다.
29일 호남대학교 상하관 소강당에서 열린 ‘AI 시대의 교양’ 첫 번째 강연에서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거대한 연결 속의 호모 심비우스’를 주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코로나19 등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짚었다.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 교수는 평생 자연과 생태계를 연구해왔다.
최 교수는 먼저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부터 돌아봤다.
“그동안 환경문제는 산불이나 태풍처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재난으로 받아들여졌어요. 하지만 기후변화는 지구에 사는 누구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입니다. 모두가 함께 겪는다는 것은 동시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 역시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 사건으로 꼽았다. 열대생물학자로 오랜 기간 박쥐를 연구해온 최 교수는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열대 박쥐의 분포가 온대지역까지 확대돼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더 자주, 더 깊게 우리 삶을 파고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생물다양성 감소’를 들었다. 약 30만 년 전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는 농경을 시작하기 전까지 지구 생태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한 종의 영장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농경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가축과 재배작물을 대규모로 키우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밀어냈다.
농업 역시 다양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식물이 섞여 자라던 땅에 바나나나 옥수수 등 특정 작물만 대규모로 심으면 이를 먹는 곤충이 빠르게 늘어나 병충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이 끊임없이 다양한 종과 변이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인간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해 획일성을 선택해온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자연과 공생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생물학의 관점을 소개하며 자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알파·델타·오미크론 등으로 변이를 거듭한 것도 자연의 속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명은 끊임없이 변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남아요. 꽃이 꿀을 제공하고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것처럼 서로 협력하죠. 이러한 다양성은 AI시대 인간에게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AI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고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을 연결하는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은 다양한 관점과 배경이 공존하는 곳에서 나오죠.”
최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 역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세대가 문제를 만들었다면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현재 세대의 책임”이라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미래세대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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