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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메모리 '투톱 시대' 열리나…삼성전자·SK하이닉스 재평가 확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장기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AI 메모리 '투톱 시대' 열리나…삼성전자·SK하이닉스 재평가 확산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 전망을 잇달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장기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기술력과 공급 계약을 앞세워 선두 지위를 굳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4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수율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며 추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AI 메모리 시장이 특정 업체의 독주보다 각 기업의 강점이 다른 '투톱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재평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 전망을 잇달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통적인 배경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제한적인 공급 여건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AI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에 대한 분석을 개시하면서 투자의견 '비중 확대(Overweight)'와 목표주가 245달러를 제시했다. 이를 국내 보통주 가치로 단순 환산하면 1주당 약 330만원 수준이다.

JP모건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아니라 AI 수요의 구조적 변화다. 생성형 AI에 이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하면 데이터 처리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서버와 메모리 투자도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호황도 과거처럼 짧은 업황 사이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수요까지 동반 확대되면서 메모리 산업 전반의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공급 구조 측면에서도 과거 메모리 사이클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면서 수요 가시성을 높이고 가격 변동 위험을 줄였다는 평가다.

과거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을 반복했던 것과 달리 AI 시대에는 빅테크와 메모리 업체 사이에 장기계약이 늘어나면서 공급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다른 경로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 33%에서 4분기 4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늘고, 하반기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차세대 제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4E 샘플을 공급하는 한편 1c 코어다이와 2나노 베이스다이를 적용한 HBM5 아키텍처와 차세대 zHBM 로드맵까지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별점은 HBM 자체보다 공급 구조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패키징까지 한 회사 안에서 공급할 수 있어 AI 반도체 고객에게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의 수율 회복이 현실화하면 이 같은 전략에 힘이 실릴 수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됐고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수율도 70% 이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했다. 연초 50%를 밑돌았던 2나노 수율이 빠르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파운드리 수율 개선은 단순히 위탁생산 사업의 수익성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HBM에 들어가는 베이스다이를 선단공정으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이 높아지면 HBM 성능과 원가 측면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은 '턴키' 공급 능력을 활용해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두 회사에 대한 증권가의 낙관론이 동시에 강화되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도 자리 잡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새로운 메모리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실제 양산까지 연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규모 신규 공장을 짓더라도 장비 반입과 수율 안정화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반면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뿐 아니라 중국 주요 IT 기업까지 AI 투자에 나서면서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 간 장기공급계약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되면 메모리 업체들은 과거보다 높은 가격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객별 요구에 맞춘 커스텀 HBM이 확대될수록 제품 간 가격 차별화도 가능해진다.

AI 메모리 시장의 투자 포인트도 이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HBM 시장 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이 핵심 평가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장기공급계약, 파운드리와 패키징 능력, 차세대 제품 로드맵, 현금 창출력까지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변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HBM 기술 우위와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삼성전자는 HBM 점유율 회복과 파운드리·패키징을 결합한 종합 공급 전략을 강화하는 구도다.

주주환원도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잉여현금흐름의 5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상태다. JP모건은 향후 3년 실적을 기준으로 주주들이 얻을 수 있는 총주주수익률을 42% 수준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도 실적 개선에 따라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과 현금배당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2027~2029년 적용될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에서 기존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을 넘어서는 환원책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 평가 기준이 영업이익 증가만으로 결정되는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 호황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신규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경우 국내 반도체주의 재평가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HBM 독주에 투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구도에서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 회복과 파운드리 정상화까지 동시에 평가하는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현재 제시되고 있는 전망이 실제 실적으로 확인되느냐다. SK하이닉스는 HBM의 기술 우위와 가격 협상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중요하고, 삼성전자는 HBM4 매출 확대와 2나노 수율 개선이 고객 확보와 파운드리 흑자 전환으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장기계약 확대와 공급 제약이라는 구조적 환경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은 과거 반도체 호황기와 다른 대목이다. AI 투자가 지속되는 동안 메모리 업황의 상승 사이클이 길어질 경우 국내 반도체주의 경쟁 구도도 '한쪽의 승자 독식'보다 서로 다른 경쟁력을 가진 두 업체가 함께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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