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사용량 대폭 절감 기술 등장에 글로벌 반도체주 출렁
구글이 공개한 ‘터보퀀트(Turbo Quant)’ 논문. 터보퀀트는 ‘벡터 검색 엔진’에서 발생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하여 AI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이터 압축 알고리즘이다./사진=구글 리서치 블로그 캡처
| 스마트비즈 = 정윤호 기자 | 구글이 인공지능(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전격 공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기술 공개 직후 메모리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AI 도입 문턱을 낮춰 수요 확대를 촉진할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압축 기술 터보퀀트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거대언어모델(LLM) 운영의 핵심 구조인 ‘KV(Key-Value) 캐시’를 압축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메모리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복잡한 문맥을 적은 자원으로 처리할 수 있고 실제 엔비디아 H100 GPU 환경에서 연산 속도를 최대 8배까지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터보퀀트의 핵심은 극좌표 양자화(폴라퀀트)와 QJL(양자화 존슨-린덴스트라우스 변환) 기술을 적용해 압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오차를 최소화한 데 있다. 구글은 이를 통해 AI 모델의 메모리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으며, 이번 연구에는 한인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참여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기술 공개 직후 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에 빠졌다.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4%대와 6%대 급락세를 보였으며, 미국의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이 곧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진다는 기존의 시장 공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술 혁신이 장기적으로 메모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의 전략적 의도는 전체 AI 추론 수요의 구조적 확대에 있다”며 “단위당 메모리 사용량은 줄어들지 몰라도 AI 서비스 사용량의 증가폭이 이를 상회할 경우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효율 향상이 오히려 수요 증가를 불러오는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이 AI 시장에서도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효율적인 AI 모델은 운영 비용을 낮춰 더 많은 계산 수요를 창출한다”고 설명했으며, 김일혁 KB증권 연구원 역시 “추론 단가의 하락은 AI 에이전트 시장의 대중화를 가속화해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역시 이러한 긍정적 시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숀 김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비용 절감으로 인한 AI 도입 확대는 결국 메모리 제조사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앤드루 잭슨 오터스 어드바이저스 분석가는 현재의 메모리 공급 제약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수요 감소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구글의 터보퀀트 공개를 계기로 AI 기술의 효율화 노력이 반도체 수요에 미치는 상관관계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 혁신이 주도할 AI 시대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경로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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