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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대전환의 역설, '인문·사회 정책 컨트롤 타워'가 시급하다

정부가 AI 대전환과 관련 인프라 구축에 국가적 사활을 걸었다. 대학마다 유관 학과가 신설되고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가 연일 대서특필된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동반될 ‘불편한 질문’에는 누구도 분명히 답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유와 비판적 역량은 과연 안녕한가.

AI 대전환의 역설, '인문·사회 정책 컨트롤 타워'가 시급하다

윤영순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정부가 AI 대전환과 관련 인프라 구축에 국가적 사활을 걸었다. 대학마다 유관 학과가 신설되고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가 연일 대서특필된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동반될 ‘불편한 질문’에는 누구도 분명히 답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유와 비판적 역량은 과연 안녕한가.

AI의 보편적 사용은 인간의 사고를 보완하기보다, 역설적으로 ‘사유의 불능’과 ‘판단력 저해’라는 치명적인 위험을 예고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활용이 본격화된 최근 1~2년 사이 교육 현장에서 이미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읽고, 쓰고, 판단하는 능력인 ‘문해력’이 국가적 화두로 부상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최근 ‘독서 국가’ 선포를 통해 독서 능력을 국가 경쟁력으로 규정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산하에 ‘문해력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국민의 지적 역량 함양과 인문학적 소양 제고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음을 뜻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기술이 아니다. 텍스트를 넘어 타인과 세상, 복잡한 국제 정세와 시대의 흐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고 교육하는 토대는 인문·사회의 영역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관련 전공의 무분별한 폐과와 구조조정으로 학문 분야 전체가 위축됐으며, 학문 후속 세대는 소멸 위기에 처했다. AI 분야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인문·사회계 R&D 예산 비중은 과학기술 대비 1%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해묵은, 변치 않는 통계이다.

사실 전체 R&D 예산의 불균형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적, 제도적인 기반의 격차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는 「과학기술기본법」을 필두로 R&D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촘촘하게 짜여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를 지원할 정책 체계가 부재한다.

인문학 위기 선언, 인문·사회 후속 세대 소멸 등 위기설이 커질 때마다 긴급 수혈식으로 단기 예산이 투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으로는 구조적인 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인문·사회 학술 생태계의 자생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인문·사회 분야의 정밀한 현황 파악이다. 연구 인력의 규모와 분포, 고사 위기 영역, 국가 자원을 투입해서라도 보존해야 할 전략 분야를 판단할 기초적인 조직조차 없다는 것은 국가적 직무 유기다. 과학기술 정책 수립을 위한 수많은 전문 기관과 비교하면, 인문 정신의 가치를 외치면서도 정작 정책 지원 체계는 방치해 온 현실적 모순이 극명히 드러난다.

단기적인 캠페인이나 일시적인 위원회 활동만으로는 거대한 문명적 전환기에 대응할 수 없다. 현안을 상시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하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정책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인문·사회 분야 (가칭)학술정책연구원의 건립과 법적 뒷받침은 ‘AI 강국’의 기초를 다지는 본질적인 첫걸음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이 없는 기술 대전환은 결국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영순 편집위원

경북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윤영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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