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주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에서 수도권은 비대해지고 지방은 점차 지워져 가고 있다. 특히 전남은 전국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이 심각한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의 최전선에 서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위기라고 말하며 절망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전남광주특별시가 보유하게 될 세계적 수준의 AI 기술력과 역량을 이 ‘가장 아픈 곳’에 먼저 투입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 고령화 사회의 표준이 되는 ‘사람을 살리는 기술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핵심은 ‘실버테크(Silver-tech)’와 ‘의료 AI’의 결합이다. 병원을 더 짓는 하드웨어 중심의 대책을 넘어, 기술이 각 가정의 안방까지 스며드는 정교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어르신의 일상을 상시 살피며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AI 돌봄 로봇,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스마트 의료 관제 시스템은 이제 상상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여기서 필자가 앞서 제안한 ‘AI·AX 메가펀드’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정부 지원금 20조 원으로 조성한 메가 펀드의 일부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되어야 한다. 전남의 고령화 현장을 기술의 ‘테스트베드(Test-bed)’로 삼아, 우리 지역의 AI 스타트업들이 실버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키워내는 것이다. 고령층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이를 통해 가장 정교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도시는 전 세계 실버 산업의 메카가 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의 혜택은 ‘AI 기본소득’과 결합하여 완성된다. 첨단 의료 AI나 실버테크 서비스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AI·AX 펀드의 투자 수익을 시민들에게 기본소득 및 의료·돌봄 바우처 형태로 전환하여 소외계층이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하는 ‘기술 복지의 선순환’을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소외 없는 AI’의 본질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UN AI 허브 유치’의 가치 또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정신은 바로 전남의 오지 마을 할머니가 AI의 도움으로 건강을 지키고, 광주의 청년 창업가가 그 기술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모습에서 증명된다.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따뜻한 도구가 되는 현장. 그 현장이 바로 광주특별시여야 한다.
광주특별시가 그리는 미래는 차가운 기계의 도시가 아니다. 가장 나이 많은 지역이 가장 젊은 기술인 AI를 만나, 단 한 명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따뜻한 기술의 수도’다. 우리가 설계하는 이 ‘돌봄의 지능화’가 성공한다면, 전 세계는 인구 소멸의 해법을 찾기 위해 광주와 전남으로 모여들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혁신, 그 시작은 사람을 향한 AI 기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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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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