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세월 지켜온 광주극장, 영화로 이어가는 100년의 꿈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개관 91주년 영화제’
페드로 코스타 특별전·세계 영화사 고전 등 상영
봉준호 감독 11월 7일 방문…시네토크 마련
2026년 10월 11일(일) 18:30
광주극장이 ‘개관 91주년 영화제’를 오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개최한다. ‘11기 영화간판학교’에 참여한 시민들이 손간판을 그리고 있는 모습.<광주극장 제공>
1935년 광주 충장로에 문을 연 광주극장은 91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관객을 맞아왔다. 수많은 극장이 문을 닫고 대형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는 동안에도 단 하나의 스크린을 지켜왔다. 이제 개관 100주년까지 남은 시간은 9년. 오래된 극장이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영화제를 연다.
광주극장과 광주시네마테크는 오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개관 91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개최한다. 무성영화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영화사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고 감독·평론가들이 관객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한다.
특히 올해는 포르투갈의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이 열린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고른 영화 두 편도 상영된다. 봉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극장을 찾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제의 문은 광주극장의 오랜 전통인 손그림 간판이 연다. 16일 오후 7시 전남대 국악과의 길놀이에 이어 ‘11기 영화간판학교’에 참여한 시민 15명이 제작한 손간판을 공개한다. 이들은 40여 일 동안 박태규 화백과 이선미 작가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완성했다. 1992년부터 광주극장의 간판을 그려온 박 화백의 기술이 시민들의 손을 거쳐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는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이 상영된다. 1926년 제작돼 올해로 꼭 100년이 된 무성영화다.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기관사 조니가 빼앗긴 기차와 연인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실제 기차를 이용한 위험천만한 추격전과 버스터 키튼 특유의 무표정한 코미디가 어우러진 고전이다.
페드로 코스타 감독의 ‘용암의 집’ 스틸컷.
이번 영화제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감독은 페드로 코스타다. 그는 포르투갈의 빈민가와 이주민 공동체를 카메라에 담으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데뷔작 ‘피’부터 ‘용암의 집’, ‘반다의 방’, ‘행진하는 청춘’, ‘호스 머니’, ‘비탈리나 바렐라’까지 6편을 상영한다. 오는 22일에는 유운성 영화평론가가 ‘용암의 집’을 함께 보고 작품을 해설한다.
세계 영화사의 명작을 다시 만나는 ‘클래식 아카이브’도 마련된다. 버스터 키튼의 코미디 ‘전문학교’, 존 포드의 서부극 ‘수색자’, 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기 질의 ‘벽의 각인’,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다섯 편을 선보인다. 24일에는 박홍열 감독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31일에는 김희정 감독이 ‘수색자’를 놓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광주극장 개관 91주년을 맞아 극장을 소재로 한 영화 네 편도 상영된다. 폐관을 앞둔 영화관의 마지막 상영을 그린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을 비롯해 일자리를 잃은 영사기사가 극장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아르헨티나 영화 ‘서서히 사라지는 밤’, 실제 광주극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박세영 감독의 ‘특근’ 등이다.
음악 다큐멘터리 ‘버텨내고 존재하기’도 눈길을 끈다. 최고은을 비롯한 음악인들이 광주극장에 모여 영화에 얽힌 추억을 나누고 노래하는 모습을 담았다. 박태규 화백의 간판 작업도 만날 수 있다. 31일에는 김일두와 이민휘, 최고은 등이 참여하는 시네콘서트가 열린다.
존 카사베츠 감독의 ‘글로리아’ 스틸컷.
지난해 개관 90주년 행사에서 관심을 모았던 ‘봉준호의 극장 노트’도 이어진다. 올해 봉 감독이 선택한 작품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로코와 그의 형제들’과 존 카사베츠의 ‘글로리아’다.
‘로코와 그의 형제들’은 가난을 피해 도시로 이주한 가족이 사랑과 질투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글로리아’는 범죄조직에 쫓기는 소년과 그를 보호하게 된 여성의 도피 과정을 그렸다. 봉 감독은 11월 7일 오후 2시 ‘글로리아’ 시네토크에 참석해 관객들과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영화의 현재를 살펴보는 작품들도 준비됐다. 최승우 감독의 ‘지난 여름’과 ‘지난 여름 이후’는 농촌 마을의 일상과 세월에 따른 변화를 담았다. 박정미 감독의 ‘담요를 입은 사람’은 돈 없이 살아보려는 시도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김면우 감독의 ‘회생’은 빚을 갚기 위해 법무사인 아버지의 사무소에서 일하게 된 감독의 경험을 담았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 ‘호프’도 상영된다.
영화제 기간에는 21일 최승우 감독, 29일 박정미 감독, 11월 1일 김면우 감독이 관객과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11월 14일에는 조명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벽의 각인’을 주제로 시네토크를 진행한다.
광주극장 김형수 전무는 “시민들의 후원과 기부 덕분에 지난해 영사시스템을 교체하고 올해는 냉·난방 시설도 새롭게 갖추면서 관람 환경이 개선됐다”며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바탕으로 광주극장이 1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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