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86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상승폭은 5주 연속 둔화했다. 강남3구의 하락세가 깊어진 데 이어 용산구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서울 집값을 떠받쳐온 비강남권도 상승 탄력이 약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약세와 비강남권의 상승폭 축소가 이어질 경우 연말을 전후해 서울 집값 상승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첫 주 이후 86주 연속 오르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장 기록은 문재인 정부 시절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85주였다.
기록을 경신했지만 상승세는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넷째 주 0.29%에서 같은 달 다섯째 주 0.22%, 9월 첫째 주 0.20%, 둘째 주 0.16%, 셋째 주 0.13%에 이어 넷째 주 0.09%까지 낮아졌다. 5주 연속 오름폭이 줄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상승률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하락 압력은 강남권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강남4구가 포함된 동남권 아파트값은 이번 주 0.26% 하락해 전주(-0.21%)보다 낙폭을 키웠다. 동남권은 8월 넷째 주 0.03% 상승한 뒤 -0.12%, -0.13%, -0.16%, -0.21%, -0.26%로 5주 연속 하락폭이 확대됐다. 강남구는 한 주 새 0.56% 떨어졌고 서초구와 송파구도 각각 0.33%, 0.19% 하락했다. 특히 강남구는 최근 6주 동안 -0.11%, -0.41%, -0.35%, -0.36%, -0.42%, -0.56%를 기록하며 약세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조정 흐름은 강남권 밖에서도 감지됐다. 용산구는 전주 0.02% 상승에서 이번 주 0.01% 하락으로 돌아섰다. 용산은 최근 6주간 0.04%, 0.09%, 0.10%, 0.07%, 0.02%로 오름폭을 줄이다 이번 주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면 서울 외곽과 15억 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지역은 여전히 전체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서대문구가 0.41% 올랐고 동대문·성북구가 각각 0.36%, 노원구 0.34%, 강북구 0.31%, 금천구 0.25% 상승했다. 다만 이들 지역 역시 상승 탄력은 약해지고 있다. 동북권 상승률은 0.33%에서 0.28%, 서북권은 0.23%에서 0.18%, 서남권은 0.20%에서 0.16%로 일제히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강남권 하락세와 비강남권의 버팀력을 꼽는다. 강남권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서울 전체 지수를 떠받쳐온 동북·서북권 등 중저가 지역의 상승폭까지 줄어들 경우 연말을 전후해 서울 집값이 보합 또는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집값의 하락 전환 시점을 빠르면 연말, 늦으면 내년 초로 내다본다”며 “강남권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북·서북권의 상승폭까지 줄어든다면 서울 전체 지수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새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줄고 거래량까지 감소한 점도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특히 15억 원 이하 주택 시장도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막히면서 거래 순환이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도 비강남권의 상승세를 약화시킬 변수로 꼽힌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학과 교수는 “외곽 지역이 현재 서울 상승률을 받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이자 비용 증가와 총량 규제, 각종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에는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높이는 경우가 있어 자금조달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01% 수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에는 입주 물량 부족과 전월세 공급 부족이 다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연말까지는 서울 집값이 강보합 이상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연구원은 “중하위 지역의 가격 강세가 크게 꺾이지 않은 만큼 연말까지는 강보합 이상 수준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후로는 금리 수준과 세제개편안 완화 여부가 집값 행방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