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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3살에도 출근해요"…일자리에서 찾은 인생 2막의 행복

지난 14일 제주고용센터에서 만난 조연희 어르신(73)은 20년 넘게 대학과 교육청 등에서 쌓아온 상담 역량을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하나인 시니어컨설턴트로 3년째 활동하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상담과 컨설팅부터 취업 연계, 사후 관리까지 돕고 있다.

[일하는 제주, 행복한 노년]

③노인일자리 주축, 시니어클럽

도내 시니어클럽 3곳, 올해 노인일자리 145개·1만1061명 규모 운영

지역·환경·문화예술 등 다분야 다방면서 역량 발휘 가능한 일자리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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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제주고용센터에서 만난 조연희 어르신(73)은 20년 넘게 대학과 교육청 등에서 쌓아온 상담 역량을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하나인 시니어컨설턴트로 3년째 활동하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상담과 컨설팅부터 취업 연계, 사후 관리까지 돕고 있다. 일흔셋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조 어르신의 말투는 또렷했고, 막힘 없는 언변에서 오랜 상담 경력이 묻어났다. 조 어르신은 “상담 대상이 젊은 층에서 노인 층으로 바뀌었을뿐,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다”며 “이 나이에 용돈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정영창 어르신(65)도 올해부터 시니어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정 어르신은 “비록 하루 3시간이지만,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좋다”며 “공직에서 배운 경험들을 다시 활용할 수 있어 뿌듯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되찾아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어르신을 만나 상담하면서 그분들의 심리상태를 알아가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에 근접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60시간에 걸친 노인 심리상담사 양성과정에도 참여했다. 정 어르신은 향후 관련 사업단이 만들어지면 직접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보탬을 넘어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하고,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역 특성과 어르신의 역량을 활용한 일자리를 발굴하고, 그들의 사회 참여를 지원하는 시니어클럽이 있다.

제주시니어클럽 소속 환경교육강사들이 도내 한 어린이집에서 환경을 주제로 인형극 공연을 하며 아이들의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제주 노인일자리 83% 책임지는 시니어클럽 3곳…특색 있는 사업 ‘눈길’

제주지역에는 제주시니어클럽, 제주느영나영시니어클럽, 서귀포시니어클럽 등 3곳의 시니어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도내 12개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추진하는 총 175개 사업 가운데 145개(82.9%)를 이들 3개 시니어클럽이 맡고 있다.

먼저 제주시니어클럽은 올해 56개 사업에 4509명의 어르신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리는 시니어컨설턴트와 환경을 주제로 인형극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환경교육강사를 비롯해 돌봄과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발굴하고 있다.

수제 순두부와 비빔밥 판매 식당을 운영하는 시니어손맛아리랑, 소소한 집수리와 위생·방역 서비스 등도 있다.

종이팩이나 쌀포대, 커피찌꺼기, 폐해녀복 등 폐자원 수거활동을 펼치는 ‘지구팩사냥꾼’도 눈에 띈다.

특히 폐플라스틱 재생 소재를 활용해 유니폼과 조끼, 장바구니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탐나는에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제주시니어클럽은 지난달 29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시와 대한노인회 제주시지회 주최로 열린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도내 최초로 대통령 표창의 영예를 안았다.

제주시니어클럽의 ‘꿈드림(DREAM) 정실점’ 사업은 올해 전국 노인일자리 사업 평가에서 비계량 부문 우수 사례로도 이름을 올렸다.

제주느영나영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이 산림자원보존사업단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난대·아열대 산림의 종자를 수집하고, 식물의 계절별 변화와 해안 관목류 개체 수 등을 조사하며 산림 생명자원 보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느영나영시니어클럽은 올해 38개 사업, 3209명 규모로 일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산림보존사업단이다. 어르신들이 난대·아열대 산림의 종자를 수집하고, 식물의 계절별 변화와 해안 관목류 개체 수 등을 조사하며 산림 생명자원 보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전국 노인일자리 사업 평가에서 비계량 부문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폐의류를 재활용해 새 옷이나 유니폼, 모자, 침구류, 행사 기념품 등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지구옷지킴이’를 운영하며 생활쓰레기 감량과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수거함과 방문 수거를 통해 폐건전지를 모으고 분리배출도 홍보하는 ‘사랑의배터리사업단’, 아동복지시설에서 아이를 돌보고 프로그램 진행을 보조하는 ‘아이사랑’, 범죄 취약지 비상벨을 점검하고 어린이 등·하교 보호활동을 하는 ‘시니어안전가드’ 등도 있다.

특히 제주느영나영시니어클럽은 지난해 퇴직 경찰관이나 소방관 등 어르신들의 전문경력을 활용한 ‘공항안전불법드론감시단’ 운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사업은 어르신들이 공항 주변을 순찰하며 불법 드론 비행 예방을 위한 홍보·계도 활동을 하고, 드론 발견 시 신고하는 등 공항 안전 확보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노인역량활동 선도 모델 신규사업으로 인정받아 제주느영나영시니어클럽은 올해 제주도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서귀포시니어클럽 7080예술단이 지난 7월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지회가 주관한 ‘파월 61주년 기념 회원 만남의 장’ 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서귀포시니어클럽은 올해 51개 사업에 3343명 규모의 일자리를 운영하며 지역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성산읍 ‘시흥리 복합나눔센터’다. 이는 도내 최초로 마을 공동체가 직접 참여한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14명의 어르신이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고 무료 이불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다.

서귀포시니어클럽과 제주도는 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해 공공세탁방과 문화·휴게공간을 조성하고, 노인일자리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상을 받았다.

무인건강검진기와 스트레스 측정기를 활용해 검진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마음건강지킴이’, 제주올레 코스별 향토문화 해설사로 활동하는 ‘시니어길동무’, 가수와 악단으로 구성된 공연단을 운영하는 ‘7080예술단’도 특색 있는 사업이다.

시설하우스 유기농법으로 농산물을 재배·판매하고 케어팜과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햇살 담은 돈내코 농장’, 파크골프장 이용객 안내와 지도, 안전관리 등을 하는 ‘파크골프매니저’ 등도 있다.

"어르신들 보람 찾도록…새로운 노인일자리 발굴에 온힘"

'제주 첫 대통령 표창' 제주시니어클럽 김효의 관장 인터뷰

김효의 제주시니어클럽 관장.

“어르신들이 단순히 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계속 발굴해 나가야죠.”

노인일자리 사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도내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제주시니어클럽의 김효의 관장은 노인일자리 가치를 이같이 강조했다.

2004년 출범한 제주시니어클럽은 당시 680명 수준이던 일자리 참여 인원을 올해 4300여 명까지 확대했다.

매년 7억~15억원의 외부 공모사업비를 확보해 자원순환과 돌봄, 안전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김 관장을 비롯한 제주시니어클럽 직원들은 새 일자리 발굴을 위해 지역사회에 어떠한 자원들이 있는지, 정부와 도정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

김 관장은 “매일 아침 6시면 휴대전화 알림이 울린다”며 “뉴스를 통해 노인일자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나온 아이디어를 갖고 직원들과 논의해 꾸준히 사업제안서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보람 있던 성과로는 폐아이스팩과 페트병, 커피 찌꺼기 등을 재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해 전국으로 확산한 사례를 꼽았다.

김 관장은 “평생 두통약을 복용하던 어르신이 일자리 참여 후 약을 끊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던 어르신이 일을 시작한 뒤 인생이 달라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인 심리상담사 양성과 산업안전 위험성 평가 등 어르신들의 전문성을 활용한 일자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급증하는 일자리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간과 관리 인력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김 관장은 “여러 기관과 부서에서 유사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운영하는 등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통합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한다면 어르신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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