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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6.3의 경고] 핵심 의제 사라진 경남…행정통합 논의도 제자리걸음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역 최대 의제는 경남-부산-울산 행정통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후보들도 이 쟁점을 놓고 차별화 전략을 폈다.

[6.3의 경고] 핵심 의제 사라진 경남…행정통합 논의도 제자리걸음

(2) 지역 없는 지방선거

경남-부산-울산 연합 VS 행정통합

“속도 차이만 있을 뿐 큰 그림 같아”

민주-국힘 거대양당 최대 의제 부재

정쟁·흑색선전에 정책공약 대결 묻혀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올 1월 28일 창원시 진해구 연도동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행정통합 관련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역 최대 의제는 경남-부산-울산 행정통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후보들도 이 쟁점을 놓고 차별화 전략을 폈다. 도지사 선거만 봐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을 공약한 반면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남-부산 통합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역소멸을 극복하려면 둘 이상 광역자치단체가 힘을 모으고 나아가 합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행정통합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 됐다. 이는 결국 두 후보가 그리는 경남의 미래상이 비슷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히려 후보 간 공약에서 차별성이 희미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거 꿰뚫은 의제 없었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에서 행정통합을 성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3월 초 전남-광주 특별법만 제정된 이후 전국적으로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는 한풀 꺾인 분위기였다. 경남-부산 현직 시도지사는 1월 말 일찌감치 2028년 총선 때 통합특별시 단체장을 뽑는 방안을 제시하며 속도를 내지 않았다.

행정통합을 두고 민주당은 숙의를 생략한 채 속도전에 나선다는 지적을 받았고,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선거용이라고 비난하며 정쟁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행정통합은 지역 균형발전과 분권 측면에서 숙고해야 할 사안임에도 지역민 의견은 밀려나고 서울 정치권 대결에 묻혔다. 행정통합이 지방선거에서 지역 의제로 좀 더 부각하지 못한 까닭이다.

지역소멸 대응이나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복지·생활 밀착형 공약까지 지역사회를 바꿀 다양한 해법이 선거 내내 쏟아졌지만, 주목받는 최대 의제가 없었다. 후보와 정당은 전략 면에서 실패했고 언론도 의제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방선거는 2010년 ‘친환경 무상급식’,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2018년 청년 지원을 둘러싼 보편-선별 복지 논쟁 등으로 시기마다 핵심 의제가 있었다.

정재욱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사실 선거는 대부분 공약이 주목받지 못하고 최대 이슈 한두 가지를 가지고 치른다”며 “대부분 이슈도 방향성만 제시할 뿐 추상적인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남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경제적 토대를 닦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선거 때 이를 깊이 논의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여야 불문하고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 교수는 “행정통합은 누가 도지사가 되든지 하겠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큰 그림은 똑같고 속도의 문제였다”면서 “이번에 전남-광주는 속도감 있게 했고 경남-부산 등 다른 지역은 하지 못했는데 결과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문을 닫은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공공기관을 이전해 인근 상권과 함께 살리겠다는 방안 등 유의미한 공약이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정원식 경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창원에서는 여전한 통합 후유증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공약이 눈에 띄었고, 복지와 성장 면에서 실행 가능한 공약도 있었다”며 “행정통합을 포함해 앞으로 어떻게 협의하고 이행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옛 롯데백화점 마산점 인근에 임대 펼침막이 붙어 있다. /우귀화 기자

민주, 균형발전 구체화 미흡…국힘, 수도권·고소득자 부동산 공약

각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도 확산되지 못했다. 거대 양당만 살펴보면 민주당은 1호 공약이 ‘균형발전 행정·재정·제도 기반 구축’이었다. 다만 세부 방안 가운데 ‘5극(동남권·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구경북권 5개 초광역권) 3특(강원·전북·제주 특별자치도)’ 완성과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세종 집무실·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약속 등은 이미 정부가 밝힌 내용이었다. 지방재정 확충도 목표로 삼았는데 구체적인 금액이나 비율 등 수치로 제시하지 못한 점이 한계였다.

국민의힘은 1호 공약이 ‘주거 안정을 통한 기본권 실현’이었다. 여기에는 수도권 반값 전세(주변 시세 50% 장기전세주택) 도입을 담았는데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와닿지 않는 공약이었다. 월세 세액공제 적용 대상 연봉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확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공약도 고소득자가 대상이었다.

경남에서는 산업·경제·복지 등 공약이 후보 간 변별력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딥페이크(인공지능 조작) 영상·공무원 개입’ 의혹, 군복무·재산 증식 등 개인 신상 문제, 허위사실 유포 등을 두고 후보와 정당 간 대립이 격해지면서 스스로 좋은 정책공약을 묻어버린 측면도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햇빛소득마을 등은 이미 지역소멸 대응 방안으로 그 효과를 검증받으며 주민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확산이 미흡했다.

후보가 너무 늦게 결정된 탓에 정책 대결이 활발해지지 못한 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결국 중앙당이 거창군수 무공천을 투표 2주 남짓 남겨두고 결정했다. 유권자 선거 참여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진보정당들과 함께 선거 초기부터 ‘내란 청산’ 연대를 형성해 사회대개혁 과제 실행에 나서지 않은 점을 지적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은 조작 기소 특검법안 반대 등을 거론하며 ‘정권 심판론’으로 표심을 자극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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