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6·25전쟁 76주년, 잊힌 전쟁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2026년 6월 25일. 오늘은 6·25전쟁 발발 76주년이다.

6·25전쟁 76주년, 잊힌 전쟁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2026년 6월 25일. 오늘은 6·25전쟁 발발 76주년이다.

오늘이 6·25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러나 더 부끄러운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너무도 조용했다.

76년 전 오늘, 이 땅은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고 수백만 명이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청춘과 생명을 바쳤다. 그런데 이제는 그날을 기억하는 목소리마저 해마다 작아지고 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대전현충원이었다. 그곳에는 국가유공자였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영면해 계신다. 현충원을 찾을 때마다 끝없이 이어지는 묘비 앞에서 나는 한참을 걸음을 멈춘다. 묘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어떤 연설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영웅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에게 6·25는 교과서 속 역사가 아니다. 지나간 과거도 아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현재의 역사다.

한국전쟁은 우연히 일어난 충돌도, 단순한 냉전의 부산물도 아니었다. 김일성이 주연, 스탈린이 감독, 마오쩌둥이 조연으로 참여한 치밀하게 준비된 남침이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은 소련제 T-34 전차를 앞세워 전면 남침을 감행했고 서울은 사흘 만에 함락됐다. 대한민국은 존망의 갈림길에 섰고, 자유는 한순간에 사라질 뻔했다.

그럼에도 오늘날 "북침이든 남침이든 이제 중요하지 않다"거나 "냉전이 만든 비극일 뿐"이라는 주장이 반복된다. 그러나 역사는 사실 위에 서야 한다. 전쟁의 원인과 책임을 흐리는 순간 우리는 역사를 잃고, 역사를 잃는 순간 안보의 기준도 함께 무너지기 시작한다.

김일성의 가장 큰 오판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주한미군 철수와 애치슨 라인 발표는 그의 판단을 더욱 부추겼고, 박헌영이 장담한 남한 내 봉기 역시 허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군을 이끌고 즉각 참전했고, 전쟁은 자유와 공산주의가 충돌하는 국제전으로 확대되었다. 한 독재자의 오판은 결국 수백만 명의 희생을 낳은 민족적 비극으로 이어졌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됐지만 평화협정은 지금까지 체결되지 않았다. 한반도는 여전히 정전 상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시대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잠시 멈춰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선의가 아니라 확고한 억지력이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은 6·25전쟁 76주년 기념식에서 "강력한 국방력으로 국민과 영토를 지키고 전쟁 걱정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끝까지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며, 그 방향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6·25 기념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 왜 전쟁이 발발했는지, 그리고 오늘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평화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유를 지킬 힘과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를 함께 이야기할 때 비로소 평화는 현실이 된다.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은 국가 생존을 위협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군사력과 정보력, 외교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대응 능력을 보여주었다. 모든 선택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자세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평화는 소망이 아니라 준비의 결과다.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과연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 현대전은 더 이상 병력과 전차의 숫자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는다. 드론, 위성정찰, 인공지능, 사이버전, 정보전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과 첨단 방위산업, 정밀한 위기 대응 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정전국가 대한민국의 안보철학도 다시 세워야 한다. 북한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냉정하게 인식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우리의 자주적 방위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병사들의 사기와 기강, 국민 모두의 안보 의식도 함께 회복되어야 한다. 안보는 군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자유를 누리는 모든 국민의 공동 책임이기 때문이다.

다시 달력을 바라본다.

오늘은 6월 25일이다.

달력 위에서는 하루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에게는 결코 하루가 아니다.

대전현충원에는 오늘도 수많은 호국영령이 말없이 잠들어 계신다. 그곳에는 국가유공자였던 내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영면해 계신다. 그 침묵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묻고 있다.

"당신은 우리가 목숨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을, 과연 끝까지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그 질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6·25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한 책임이며, 미래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역사를 잊는 순간 자유는 흔들리고, 안보를 소홀히 하는 순간 평화도 멀어진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고, 우리의 기억과 준비로 지켜진다.

76년이 지난 오늘도, 6·25는 끝난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끝까지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의 현재이며, 반드시 지켜야 할 미래다.

*필자/김정기

● 학력- 뉴욕주립대학교(Stony Brook) 정치학과 수석 졸업- 마케트대학교(Marquette) 로스쿨 법학박사- 하버드대학교(Harvard) 케네디스쿨 최고위 과정- 베이징대학교(Peking) 북한학 연구학자

● 경력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사무총장 (현)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 (UN ITU) 가상세계 및 AI 글로벌 이니셔티브 집행위원(현) -제8대 주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 -2010 상하이 세계 엑스표 대한민국관 정부대표 -법무법인 대륙아주 중국 총괄 미국변호사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총장 –칼럼니스트.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