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면 등 민간인 희생지 확인
시민연대, 9월 표지판 설치 앞둬
유족 증언 영상 제작…공론화 추진
6·25전쟁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경기도 내 주요 희생터 대다수가 추모비 하나 없이 방치된 상황에서 청년과 일반 시민들이 직접 원목을 다듬어 안내판을 세우는 '기억 재생' 실천 행보에 나섰다. 잊혀가는 비극의 현장에 시민들의 손으로 만든 이정표를 세워 역사의 기억을 복원하겠다는 취지다. 인천일보는 미래 세대가 펼치는 기억 복원 움직임과 그 의미를 상·하로 다룬다.
여주 학살 희생터가 있는 곳을 방문한 학생들 모습. /사진제공=경기평화교육센터
1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평화교육센터의 청년 모임인 '워너피스'와 시민들이 뜻을 모은 '기억 재생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오는 9월 여주시 왕대리 일대 학살터를 비롯해 하동 양섬, 세종대왕면 일대 현장에 수제 나무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번에 이정표가 들어서는 여주 왕대리 일대는 2011년 유해 발굴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유해 33구와 함께 비녀, 교복 단추 등 유품이 발견되면서 국가 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지로 공식 확인된 곳이다. 여주 지역에만 이 같은 희생터가 6~7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남한강변 절벽과 세종산림욕장 인근 등 주요 현장에는 안내문이나 추모 공간이 단 하나도 조성되지 않은 채 낙엽과 나뭇가지로 덮여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이처럼 온전한 추모 장소조차 없이 방치된 현실을 접한 시민연대는 비극의 현장을 직접 기록하기 위해 실천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7월 4.16 희망목공소를 찾아 정성껏 원목을 다듬으며 안내 표지판을 제작했으며, 오는 9월 현장 설치를 앞두고 있다.
시민들이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현장을 찾아 직접 원목을 깎고 팻말을 세우기 시작한 출발점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화도 민간인 희생지를 처음 방문한 이들은 방치된 현장에서 유족회가 외롭게 세운 '원혼비(冤魂碑)'를 확인한 뒤 첫 임시 손팻말을 세웠다. 이들의 실천은 이듬해 현장을 찾았을 때 또 다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팻말들이 늘어나는 뜻깊은 변화를 불러왔다.
학생들이 제작한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평화교육센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두 번째 결실로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희생터 일대에 진입로 이정표 3개와 함께 “이제는 우리가 말해야 할 시간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안내판을 직접 세우기도 했다.
이번 여주 지역 표지목 설치를 위해 워너피스 청년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지난 5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한국전쟁의 의미와 민간인 피해를 배우는 역사 강연 및 T/F팀 기획회의를 열었으며, 6월에는 여주시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사무실을 방문해 차재경 할머니 등 유족 4명과 간담회를 갖고 평생 가슴에 묻어둔 피해 증언을 세심히 기록했다.
시민연대와 워너피스는 현장 표지목 설치 과정과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에 공개함으로써 민간인 학살 문제를 사회적으로 적극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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