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사흘 만에 극단적으로 뒤집혔다. 29일 반도체주 급락에 하락 베팅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31일 두 종목이 급반등하자 하루 만에 400억 원 안팎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규제가 시행되면서 거래대금도 급감해 과열됐던 투자 열풍이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하루 만에 400억 증발…곱버스 베팅한 개미들 ‘직격탄’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개인투자자는 국내에 상장된 단일종목 인버스 ETF인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와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를 각각 208억 원, 528억 원 순매수했다. 하루 동안 두 상품에만 모두 736억 원이 몰렸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 곱버스는 59.95%, 삼성전자 곱버스는 52.61% 급락했다. 전날 개인 순매수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SK하이닉스 상품에서 약 124억 원, 삼성전자 상품에서 약 27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상품을 합친 추정 손실액은 400억 원을 웃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곱버스 상품을 다시 대거 정리했다. SK하이닉스 곱버스는 360억 원, 삼성전자 곱버스는 22억 원 순매도하며 하루 만에 투자 방향을 바꿨다.
이틀간 10조 몰려…반도체 흔들리자 곱버스 ‘광풍’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29일 SK하이닉스는 장중 16% 넘게 급락하며 주가가 140만 원 아래로 밀렸고 시가총액도 장중 1000조 원을 밑돌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약 64조 원)를 밑돌았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주주환원 방안이 나오지 않자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들은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단일종목 인버스 ETF로 몰렸다.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 거래대금은 29일 5조903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30일에도 5조133억 원이 거래되며 이틀 연속 5조 원을 넘어섰다.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도 30일 거래대금이 4911억 원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네 번째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38%, 50% 하락하고 코스피도 한 달 동안 34% 급락하면서 단기간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곱버스에 대거 뛰어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초자산 매매를 유발해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하락장에서는 낙폭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 첫날 거래대금 4분의 1로…추가 규제도 예고
과열 양상을 보이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은 31일부터 정부 규제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식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 상품의 거래대금은 약 3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거래대금(12조4000억 원)의 4분의 1, 29일(15조 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거래가 비교적 적었던 27일(7조4000억 원), 28일(8조2000억 원)보다도 크게 줄었다.
전체 ETF 거래대금 순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날까지 1, 2위를 다투던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이날 각각 5위와 9위로 밀려났다.
정부는 규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개인이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전체 투자금의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현재 2배인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며칠간 나타난 급격한 거래 쏠림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위험성을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ETF 시장을 개척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최근 “단일종목 2배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 시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