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세계 민주주의 이론으로…전남대 인문사회연구원 출범
‘K-민주주의 전환기 정의’ 이론 정립
전남광주통합 상생형 자치모델 설계
실질적 권한배분·이익공유 방안 연구
2026년 09월 29일(화) 15:45
전남대 미래1호관 앞에서 지난 21일 열린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 제공>
5·18의 역사적 경험을 세계 민주주의 이론으로 확장하고 전남광주 통합의 상생형 자치모델을 설계할 전남대학교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28일 전남대에 따르면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은 지난 21일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융·복합 연구에 들어갔다. 연구원은 민주주의미래연구소와 로컬리티상생연구소를 포괄하는 연구기관으로, 민주주의와 지역 상생을 양대 연구 축으로 삼는다. 민주주의미래연구소장은 김희송 교수가 맡았다.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은 ‘민주·상생의 가치로 세계를 선도하는 공공형 인문사회 연구소’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민주주의미래연구소가 5·18과 민주·인권을 중심으로 한국형 민주주의 이론을 정립한다면, 로컬리티상생연구소는 전남광주 통합 이후 필요한 자치·경제·문화 공동체 모델을 설계한다.
민주주의미래연구소는 ‘포용사회를 위한 다층적 민주주의 연구’를 핵심 의제로 내걸었다. 5·18을 지역에 머문 역사로 다루는 데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민주화 과정과 비교해 서구 중심의 기존 논의를 보완하는 ‘K-민주주의 전환기 정의’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는 K-민주주의 이론과 전환기 정의 유형화, 민주주의 미시 서사 발굴과 미래세대의 기억 주체화, 공동체 치유를 위한 포용과 회복의 미학 , K-인문학을 통한 민주·인권 가치의 세계화 등 4개 과제로 나뉜다.
기존의 거대 서사에서 비켜나 있던 여성·청년·노동자 등 5·18 참여 주체의 경험을 복원하고 세대·계층과 가해 책임 문제까지 연구 범위에 포함한다.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적 큐레이션 알고리즘과 AI 기반 ‘글로벌 정의 맵’도 개발한다. 5·18 기록물과 기억 공간을 교육 자산으로 연결해 이후 세대를 새로운 기록 생산자로 키우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민주주의미래연구소에는 전임교원 13명, 외부 공동연구원 2명, 유급연구원 10명과 대학원생 등 연구보조원 20명까지 연구인력 45명이 참여한다.
로컬리티상생연구소는 전남광주 통합을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이 아닌 주민의 삶과 문화, 산업, 공간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으로 보고 ‘공공상생을 위한 로컬리티 자치모델’을 연구한다.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광역·기초자치단체 사이의 권한과 사무를 어떻게 나눌지, 지역 간 이해 충돌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가 핵심 연구 대상이다.
행정제도와 정책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문화·정서·공동체·공공성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합 도시의 공동 정체성과 브랜드를 만들고 광주와 전남의 유·무형 자산 및 정책 자료를 하나의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방안도 찾는다. 행정 효율성만 앞세운 통합이 지역 소외나 주민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통합의 경제적 성과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도 연구한다. AI·에너지 등 신산업에서 발생한 이익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도록 주민 수익 공유 모델을 설계하고, 산업 재편으로 일자리와 생계 기반을 잃을 수 있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제도를 모색한다. Geo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업 거점과 교통·의료·교육시설을 여러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지역 역사문화 자산을 활용한 통합 공동체 형성도 주요 과제다. 주민이 직접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발굴·해석하는 로컬 큐레이팅과 마을인문학을 추진하고, 디지털 공공역사 플랫폼을 구축해 주민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전남광주인문사회연구원은 지역 정책기관과 공동 연구를 벌이고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협력 리빙랩’을 통해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검증한 뒤 정책과 조례안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연구원의 성패는 5·18의 기억을 세계적 민주주의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전남광주 통합의 성과가 특정 지역과 산업에 쏠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권한 배분과 이익 공유 방안을 내놓는 데 달렸다. 학술 성과가 논문과 행사에 머물지 않고 통합특별시의 정책과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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