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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대 금융지주, 디지털 금융 본격화···생존 과제로 'AX' 규정

"예전에는 기업 재무제표부터 산업 자료까지 다 보고, 심사의견을 처음부터 써야 했지만, 지금은 AI가... ◇ "AI는 국가 전략"···정책·글로벌 흐름 속 빨라지는 금융 AX 금융권 AX는 개별 은행의 전략을 넘어 국가 정책과...

4대 금융지주, 디지털 금융 본격화···생존 과제로 'AX' 규정

생산적·포용 금융 과제 놓인 4대 금융그룹②

정부, 데이터·인프라·규제 정비로 금융 AX 기반 구축

여신심사·내부통제·상담 확산···직원 효율→고객 경험 연결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각사]

<편집자주> 현재 금융권의 화두는 ‘생산적·포용 금융’이다. 특히 4대 금융그룹에 거는 기대가 높은 편이다. 그만큼 국내 금융권에서 이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상당하다. 한편, 4대 금융그룹 역시 사활을 걸고 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언제까지 독보적 위치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보는 향후 변화할 금융의 면모를 살펴보고자 이들 금융그룹의 과제를 5회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이뉴스투데이 전주영 기자] “예전에는 기업 재무제표부터 산업 자료까지 다 보고, 심사의견을 처음부터 써야 했지만, 지금은 AI가 초안을 만들어주니 검증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자의 말이다. 과거 30분 넘게 걸리던 심사 의견 작성은 이제 10초 안팎으로 줄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속도보다 방식이다. ‘작성’이 아니라 ‘검증’ 중심으로 업무 구조가 바뀌고 있다.

금융권의 인공지능 전환(AX)은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변화보다, 은행 내부의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흐름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의 의사결정 구조와 자금 흐름까지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아직은 기업금융 등 일부 영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 “AI는 국가 전략”···정책·글로벌 흐름 속 빨라지는 금융 AX

금융권 AX는 개별 은행의 전략을 넘어 국가 정책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을 국가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산업 전반의 AX 확산에 나서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구축, 데이터 활용 확대, 규제 혁신 등을 동시에 추진하며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시했다. 금융 역시 자금 공급 기능을 통해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핵심 분야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AI를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며, 금융이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AI는 신용리스크 분석과 효율적 자금배분, 금융범죄 예방 등 금융의 본질적 역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권 AI 협의체를 통해 AX를 정책 과제로 명확히 하고,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데이터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데이터는 AI의 원유 역할’ 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망분리 규제 완화와 금융 샌드박스를 통해 생성형 AI의 클라우드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내부 데이터를 외부 AI 모델과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점도 AX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비정형 데이터와 합성데이터 활용 기준을 마련하고, 데이터 결합 절차를 단축하는 등 AI 학습데이터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이 AI 활용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산업과 금융의 결합을 통해 자금 배분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서도 금융권 AX는 구체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2024년 기존 인프라 은행 등을 통합해 국가부 펀드(NWF·National Wealth Fund)를 출범시키고, 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혁신기업에 장기 자본을 공급하고 있다. 공공과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대상과 위험을 분석하는 방식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은행과 결제사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웰스파고 등은 공과금 납부 이력과 소비 패턴 등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마스터카드와 비자 등은 실시간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사기 거래를 탐지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AML) 영역에서도 AI 적용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유럽은 AI 활용 확대와 함께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2024년 발효된 EU AI법은 신용평가 AI를 고위험 영역으로 분류하고, 금융회사가 대출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내부 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 “상품 아닌 ‘일하는 방식’ 변화”···4대 금융지주 AX 전면화

정책 환경이 갖춰지면서 4대 금융지주도 AX를 그룹 핵심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과거 디지털 전환(DT)이 채널과 서비스 중심의 변화였다면, AX는 업무와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은 AX를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체계 전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KB금융은 PB·리스크·소비자 보호 등 현업 중심의 AI 활용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영업 현장 중심의 ‘실용적 AI’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우리금융은 전사적 AI 도입을 통해 내부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AX를 ‘생존 과제’로 규정하고 조직 차원의 실행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경영진이 직접 참여해 AX를 전략과 조직 운영 전반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자산관리(WM), 고객상담, 데이터 분석 등 주요 사업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며 AX를 특정 부서의 실험이 아닌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 변화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금융은 ‘현장형 AI’ 전략을 중심으로 AX를 확산시키고 있다. PB·RM 상담 지원,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등 영업과 관리 영역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보이스피싱 대응 시스템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와 연계한 AI 기반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 거래를 사전에 탐지하고 계좌를 즉시 정지하는 방식으로 금융 피해를 줄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실용적 AI’ 전략을 중심으로 현장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여신 부문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신용평가 심사의견 생성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 평균 30분 이상 소요되던 업무를 10초 수준으로 단축했다. 연간 약 7만 건의 신용평가 업무에서 2만7000시간 이상의 업무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핵심은 단순 속도 개선이 아니라 업무 구조 변화다. AI가 초안을 작성하고 사람이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심사 기준의 일관성과 검증 효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방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여 손님과의 상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X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플랫폼 ‘하나원큐’ 개편과 UI·UX 개선 역시 같은 흐름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업무 단축을 넘어 은행원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자료를 수집하고 심사 의견을 작성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AX 이후에는 AI가 생성한 결과를 검증하고 리스크를 판단하는 역할이 강조되는 구조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용 절감도 결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회사가 이윤을 더 남기면 투자 여력도 생기고, 직원 채용이나 인력 운용 측면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그룹 차원의 AX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는 AI 회사다라는 마음가짐으로 AI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X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기업여신, 자산관리, 내부통제, 고객상담, 업무자동화 등 5대 영역에서 175개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통제 영역에서는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FDS) 시스템을 고도화해 거래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고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고까지 포착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여기에 검색 기반 생성 기술(RAG)을 적용해 방대한 내부 자료를 자동으로 찾아 정리하는 등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다만 금융권 AX가 본격 확산되더라도 단기간 내 금융 산업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단계에서 AI는 주로 내부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쓰이고 있고, 대고객 서비스나 신상품 혁신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며 “금융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산업인 만큼, 다른 산업 변화 이후에 점진적으로 구조가 바뀌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를 더 정확하게 하고 빠르게 만드는 것은 의미 있는 개선이지만, 이를 곧바로 금융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금융권 AX는 기존 업무를 고도화하는 개선 단계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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