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홍열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남자부 결승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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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관중과 진행자가 한 목소리로 외치면 전광판에 두 선수의 점수가 동시에 뜬다.
점수를 공개하는 순간도 짜릿함 그 자체다. 티브이(TV)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일대일 배틀을 보는 것처럼 두 선수가 ‘댄스’ 대결을 하는 브레이킹 대회는 경쟁을 넘어 축제의 장이다.
그 화려한 무대에서 ‘춤추는 국가대표’ 김홍열(홍텐·42)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홍열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의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결선에서 일본의 나카라이 시게유키(시게킥스· 24)에게 0-3으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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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은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2회 대회 연속 메달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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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10년도 안 바라고 딱 5년만 젊었어도 해볼 만했을 것 같다”고 웃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때보다 대회를 더 즐겼다. 그는 항저우 때는 올림픽 출전 쿼터가 걸려 있어서 이기려는 데 집중하느라 즐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몸’을 맡겼다. 한 차례 경험이 있기에 3년 사이 더욱 수준 높고 힘 있는 노련한 동작으로 관중을 압도했다. 관중의 환호는 그의 무대 때 가장 컸다. 그는 “대회 내내 내가 가장 많이 웃었던 건 맞는 것 같다. 다 잊고 즐기자는 첫번째 목표는 충분히 이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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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특히 준비를 많이 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오전 근력 운동, 오후 춤 연습, 저녁 개인 훈련을 흐트러짐 없이 소화하며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좀 더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온몸을 끊임없이 비틀고 회전해야 하는 종목 특성상 1984년생인 그는 체력적 부담을 덜어야 했다.
한국의 김홍열이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남자부 결승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도코나메/연합뉴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어울려 춤을 추면서 브레이킹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문화의 하나였지만, 춤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성장하는 걸 느끼면서 어느새 삶의 한 부분이 됐다. 2002년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국내외에서 이름을 알렸다. 세계 최고 권위 대회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도 세 차례(2006·2013·2023년) 정상에 올랐다. “ 2002년 처음으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의 감동과 성취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그는 “아시안게임 출전도 선수 생활 중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했다.
40대에 온 몸을 던져야 하는 ‘춤’으로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그의 행보는 많은 이들의 용기를 북돋운다. ‘나는 이래서 안 돼’ ‘이제 와서 뭐’라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이들에게 그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시작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의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용기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또래 선수들은 이미 무대를 떠난 나이에도 그는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간다. “어린 친구들이 춤추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원동력”이라고 했다. “세대가 바뀌고 어린 선수들 위주로 (업계)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내 방식만 고집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트렌드를 계속 받아들이고 배우다 보니 재미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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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아가면서 쉽지 않은 순간이 많았지만 춤을 통해 다시 웃을 수 있었다고 했다. “금빛 기운을 받으려고 머리까지 (금발로) 염색”했으나 금메달을 놓친 이날도 ‘쉽지 않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춤을 즐기고 무대를 즐기며 마지막에 웃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브레이킹을 보며 잠시라도 웃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홍텐’은 아시안게임 폐막 전날 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도코나메/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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