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간절한 외침…전남 국립의대 설립 ‘결실’
1990년 첫 건의 후 매번 무산
동서부 대립 끝에 순천대 품으로
의료 불균형 해소 기대
2026년 11월 04일(수) 21:05
전남광주시청 전경.
전남광주(옛 전남)의 36년 숙원인 의과대학 설립이 드디어 확정됐다.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은 1990년 5월 19일 목포대가 정부에 정원 80명 규모 의대 설립을 건의하면서 공론화했다.
섬과 농어촌이 넓게 분포해 중증·응급환자 역외 이송 부담이 큰 목포 등 전남 서남권의 의료 격차를 해소해달라는 호소였다.
순천대도 전남 동부권의 많은 인구, 여수 산단의 산업 재해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1993년 정원 40명 규모 의대 신설을 교육부에 신청했다.
이듬해 정부는 강원대·서남대·건양대·관동대 등 4곳 의대 설립을 확정하면서 ‘전남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목포대는 2000년에도 의대 신설을 신청했으나 교육부는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후 신규 의대 정원이 장기간 동결되는 동안 두 대학은 유치추진위원회 구성, 서명운동, 정부·국회 건의 등 활동을 이어갔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전남지역이 국립 의과대학 설립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의료 수요는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상급 병원이 없어 도민이 원정진료에 나서는 의료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전남지역은 노인 인구 비율(26.3%)과 장애인 비율(7.6%)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의료 현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사람이 사는 섬 276곳 가운데 164곳에는 의사가 없고, 22개 시·군 중 17개 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로 묶여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한참 못 미친다. 무엇보다 뼈아픈 건 ‘치료 가능 사망률’이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자가 전남지역은 인구 10만 명당 44.1명으로, 서울(36.4명)을 크게 웃돈다.
병원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해마다 80만 명에 이르는 전남 지역민이 다른 시·도로 진료를 받으러 가고, 여기에 쓰는 의료비만 한 해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이동하는 동안 흘려보내는 ‘골든타임’이다. 도민들에게 의료 접근성은 곧 생존의 문제였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 대학 하나를 세우는 일을 넘어 도민의 생명권을 지킬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온 이유다.
전남도는 두 국립대학, 지자체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2023년 11월 범도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의대 설립의 바람을 놓지 않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순천대 의대설립이 확정되면서 전남의 꿈은 실현됐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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