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록먼·질리스 증언서 "머스크가 먼저 영리 전환 제안" 정황 줄줄이
머스크, 핵심 인력을 테슬라로 빼내려 한 시도까지 함께 드러나
◆…오픈AI 사장 그렉 브록먼과 시본 질리스 전 오픈AI 이사회 멤버(사진=연합 AP/AFP)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을 둘러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의 재판이 2주차에 접어들었다. 첫 주가 머스크의 사흘짜리 증언으로 채워졌다면, 이번 주는 오픈AI 사장 그렉 브록먼이 이틀간 증언대에 서고 머스크의 자녀 4명을 둔 시본 질리스 전 오픈AI 이사회 멤버도 출석하면서 사건의 또 다른 면이 한꺼번에 드러난 주였다. 브록먼의 개인 일기, 2017년 영리 전환 논의의 실상, 머스크가 오픈AI 인력을 테슬라로 영입하려 했다는 정황 등이 잇따라 공개되며, 머스크가 주장해온 '비영리 약속 배신' 서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가 먼저 영리 전환을 제안했다?
이번 주 가장 큰 반전은, 머스크 본인이 영리 전환을 먼저 제안했다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는 점이다.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수십억 달러 투자를 받으며 영리회사로 변질됐고, 창립 이념을 배신한 것이라는 1주차 일론 머스크의 주장에 균열을 내는 흐름이 2주차 증언대에서 펼쳐졌다.
로컬뉴스매터스, 기즈모도 등 외신에 따르면, 브록먼은 2017년 여름의 한 장면을 회상하며 당시 머스크가 샌프란시스코 인근 자택에서 자축 모임을 열고 "이제 오픈AI의 다음 단계로 갈 시점"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브록먼은 머스크가 이 이메일을 보내기 몇 주 전에도 "오픈AI가 큰 대외적 성과를 내면 영리법인을 만들 때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후 6주간 공동창업자들은 AGI(인공일반지능)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영리법인 설립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브록먼에 따르면 머스크가 원한 구조는 명확했다. 다수 지분 확보, 이사회 다수 인원 지명권, 본인의 CEO직이 세 가지 조건이었다. 그해 8월 모든 창업자가 동등한 지분을 갖는 안이 제시되자 머스크는 "거절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브록먼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한 가지는 머스크에게 AGI에 대한 절대적 지배권을 넘기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질리스의 이메일도 같은 정황을 뒷받침했다. 2017년 한 이메일에서 질리스는 오픈AI가 "몇 주 안에 영리법인 전환"을 논의 중이라고 적었고, 다른 메일에서는 머스크에게 ▲오픈AI를 테슬라 산하 공익회사 자회사로 만드는 안 ▲올트먼을 'TeslaAI'의 '앵커(anchor)'로 영입하는 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비영리 유지를 끝까지 고집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브록먼의 비밀 일기장
머스크 측 변호인 스티븐 몰로는 반대 방향에서 공격했다. 브록먼이 비영리 미션이 아니라 개인 부(富)의 축적을 동기로 움직였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그의 디지털 일기를 법정 스크린에 띄웠다.
2017년 영리법인 조건을 협상하던 시기, 브록먼은 일기에 "재정적으로, 나를 10억 달러로 데려갈 것은 무엇인가"라며 "10억 달러를 버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라는 문장도 있었다. 몰로는 "인류를 위해 신탁 의무를 진 비영리법인에 290억 달러를 기부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현재 브록먼이 보유한 오픈AI 지분 가치는 약 300억 달러(약 41조원)로 추정된다.
몰로는 추가로 브록먼이 오픈AI와 사업적 연관이 있는 AI 회사 세레브라스, 클라우드 사업자 코어위브,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해상충 가능성도 함께 부각했다.
질리스의 증언 — 테슬라, 오픈AI 핵심인력 영입 시도
시본 질리스 전 오픈AI 이사회 멤버의 증언은 이번 주의 또 다른 핵심축이었다. 질리스는 2017년 테슬라와 뉴럴링크에 합류했고, 2020년 오픈AI 이사회에 들어갔다. 핵심은 머스크가 오픈AI 핵심 인력을 테슬라로 빼내려 한 정황이다.
머스크는 오픈AI 이사로 있는 동안 새 테슬라 AI 연구소 책임자로 올트먼을 영입하려 했고, 안드레이 카르파시(Andrej Karpathy) 오픈AI 연구자(이후 테슬라 이직)에게는 "영입할 만한 오픈AI 핵심 인력 명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머스크 본인도 2018년 오픈AI를 떠나기 직전 질리스에게 "내가 TeslaAI에 집중하면 오픈AI가 의미 있는 세력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질리스는 한 내부 문서 초안에서 테슬라 AI 연구소를 "구글·딥마인드, 페이스북 AI 리서치에 견줄 세계 일류 AI 연구소"로 묘사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비영리법인 미션을 지키려 했다기보다 자신의 영리 회사로 무게중심을 옮기려 한 흐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머스크 측의 추가 증언
머스크 측도 오픈AI 측 약점을 함께 끄집어냈다. 미라 무라티(Mira Murati)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헬렌 토너(Helen Toner) 전 이사, 나타샤 매콜리(Natasha McCauley) 전 이사가 영상 증언으로 출석했다.
무라티는 올트먼이 AI 안전 프로토콜과 관련해 자신에게 거짓을 말한 적이 있다고 믿는다고 진술했다. 2023년 11월 올트먼 해임 사태 당시 두 사람의 메시지도 공개됐다. 올트먼이 "방향성이 좋은지 나쁜지만 알려달라"고 묻자 무라티는 "방향성이 매우 나쁘다"고 답했고, 올트먼이 "내가 해고되는 거냐"고 다시 묻자 "그렇다. 당신이 떠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토너와 매콜리는 올트먼이 이사회에 정보를 숨기고 때때로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2023년 GPT-4 터보 출시 직전 올트먼이 "사내 법무팀이 안전 검토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허위 보고한 사례를 들며, "안전이 상업적 성공에 종속되는 정황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전 컬럼비아대 로스쿨 학장 데이비드 시저(David Schizer)도 전문가 증인으로 나와 "올트먼의 행동은 이사회와 자선 사업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재판 내내 자세를 낮춰 왔다. 영리 자회사 구조가 자리 잡은 뒤에야 합류했고, 자본을 제공해 오픈AI의 성장을 도왔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머스크 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온 데이비드 시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가치·기술 지분이 2023년과 2025년 거래를 거치며 크게 확대됐고, 현재 그 지분 가치가 비영리법인 보유분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저의 의견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한다고 반박했다.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2주차
이번 2주차 재판은 양쪽 모두에게 일정 정도 평판상 비용만 안긴 한 주였다. 머스크에게는 ▲본인이 영리 전환을 먼저 제안했다는 정황 ▲오픈AI 인력을 테슬라로 영입하려 한 흔적 ▲재판 직전 사적 압박성 메시지 등 자기 서사의 일관성을 흔드는 자료들이 잇따라 노출되며 본인 주장과는 다른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반대편에서는 ▲브록먼이 30조원대 지분과 개인적 부 축적을 일기에 적어둔 정황 ▲올트먼의 신뢰성과 안전 관행 논란 ▲마이크로소프트 지분 확대 구조까지 함께 드러났다.
한편 3주차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와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차례로 증언대에 오른다. 오는 13일 증언 절차가 마무리되면 14일 양측 최후 변론, 18일 배심원 평결 단계로 넘어간다. 최종 결정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몫이다.
오픈AI는 이번 주 머스크의 의도와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자기 진영의 내부 약점도 함께 드러난 셈이다. 1조 달러를 향한 IPO 직전이라는 시점도 부담이다. 3주차 증언, 그리고 5월 18일을 향한 배심원 평결까지, 재판은 이제 종반전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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